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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오름 Dec 30. 2022

내가 좋아하는 글

나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자가 적어낸 담담하고 솔직한 글을 사랑한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엔 한 사람의 고뇌가 담겨있다. 고통의 원인도, 대처하는 방법도 각자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은 있다. 여린 몸 하나로 시련의 소용돌이를 감당하고, 오랫동안 묵혀내 글로 승화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힘겨운 순간을 살아낸 자의 소회엔 깨달음의 새싹이 피어나고, 그 새싹을 마주한 사람의 마음엔 공감의 씨앗이 터를 잡는다. 글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빈 틈을 수용한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서로에게 손을 건네고 안아주며 작가와 독자는 교감한다.



나는 쓰는 이의 고유함이 담긴 글이 좋다. 작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다른 이에겐 새로운 세계가 되기도 한다. 쓰는 이에겐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권태의 늪에서 헤어 나오는 계기를 선물하고, 읽는 이에겐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익숙했던 사소한 경험도, 혹은 위기에 맞닥뜨린 순간도 글의 소재가 되면 변모한다. 작가는 그 기억을 이리저리 굴려보며 깊이 숙고하는 철학자로, 혹은 상처받은 과거의 나를 위로하는 상담사가 되기도 한다. 독자는 작가의 메시지에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또 다른 고유함을 창조할 수 있다.



독특한 시선으로 상상을 전개하는 글을 좋아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으로 전개되는 글을 읽으면, 틀에 갇혀있던 마음이 철창을 뚫고 탈출하는 기분이 든다.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가 두려운 이에게 ‘내려놓아도 괜찮아.’ 하고 손을 내밀어 하늘로 데려가 주는 듯하다. 저 위에서 생을 관조하듯 바라보면, 실수해도 실패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잠시 현실에서 빠져나와 상상 속 세상으로 꼭꼭 숨어 안온하게 보호받는 그 느낌이 좋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의미가 달리 느껴지는 와인 같은 글이 좋다. 처음엔 색깔을 보다가 향을 느끼고, 맛을 음미하게 되는 와인,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맛과 향이 변모하며 어떤 음식과 함께 하는지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와인. 그 와인 같은 매력을 지닌 글을 읽을 땐, 작가가 궁금해진다. 귀를 쫑긋 열고 그의 말을 두 손 모아 경청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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