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눈물
먼저 화내고, 먼저 우는 아이 이야기
그런 날이 있잖아요. 유난히 지치고 불안하고 짜증 나는 날 말이죠. 아이들도 모여 있으면 그들 중에는 그런 날이 있는 아이가 있게 마련인 것 같아요. 자주 그런 날이 생기는 아이들도 있고요. 무슨 특별한 까닭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겉모습만 보고 아이들의 정서나 심리의 변화까지 미리 감지하기는 어렵겠죠. 그들의 행위를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그들 중에는 분노조절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아이들은 쉬쉬하며 몰래 '급발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갑자기 불같은 화로 당황하게 해서 그런가 봐요.
나름대로 옳고 그름의 기준을 스스로 명료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기도 하죠. 그들의 행위의 처음과 마지막은 언제나 화에서 시작해서 화로 끝이 납니다.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분노가 치밀면 원만함과는 거리가 멀게 되죠. 화가 나면 갑자기 이성적 사고는 마비가 되는 듯한 모습으로 격한 감정을 분출하니까요. 그들의 기억력은 매우 특이합니다. 자신이 화내는 것을 정당화하고 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딱 맞아요. 더 나아가 남을 공격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로 무장하며, 내뱉는 말속에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촌철살인의 언어를 숨기고 있기도 해요. 머리가 비상하고 대체로 깔끔해요. 정리정돈이 잘 되고 주변을 청결히 하는 습관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만일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을 동반하여 몇 가지 성향이 겹치지만 않는다면요.
어떤 일이 벌어져 문제가 불거지면 생각의 초점은 그들 자신의 화를 기준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들에게 화가 난 것과 관련해 질문을 던져보세요. 아주 사소한 어떤 말투나 말꼬리가 귀에 거슬려 그것이 꼬투리가 된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런 꼬투리는 화의 시발점이자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주기도 한답니다. 그들은 누가 봐도 화를 내었는데도 이렇게 말하곤 하죠.
"나는 화를 내지 않았어요."라고요. 하지만 그런 표현은 그 아이에게는 진심일 수도 있답니다. 그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올라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서로의 욕구가 충돌하여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화가 치밀 것 같아요."라고 당연한 듯이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여러 아이들에게 물으면 대부분은 감정 조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급발진'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달라요.
"화나게 하는 자는 없애버려야 해요."라고 단호히 내뱉기도 합니다. 이미 그들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생각의 출발부터가 다르고, 감정 조절 방식 또한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처음엔 몹시 당황스럽고 놀라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요. 하지만 '급발진'이라 불리는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아이들은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곧 익숙해지고 이해해야 한답니다. 그래야 서로 어울릴 수가 있을 테니까요.
꼭 꼬집어 어떤 처방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어떤 일이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죠.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이 아이들의 세상이니까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부모님과 상담 중에 '급발진'이라 불리는 아이와의 다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왜, 그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물건으로 쳐서 폭력을 썼는데 처벌이 유야무야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의견을 주셨죠. 그때 즉답을 하지 않았어요. 얼버무린 것은 아직 지켜봐야 할 것들이 있었고 성급하게 처벌을 내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었거든요.
"쟤가 내 어깨를 물건으로 쳤어요. 가만히 있는데."
'급발진'이라 불리는 아이에게
"너는 왜 친구 어깨를 쳤어?"라고 물었죠.
"저 친구가 먼저 저를 쳤어요."라고 대답했어요.
"아니에요. 저는 옆에 서 있다가 살짝 부딪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을 쳤다는 걸 못 느꼈어요."
다시 '급발진'이라 불리는 아이에게 추궁하려고 했을 때 그 아이는 이미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죠. 대화를 듣는 중에 몹시 억울하고 화가 난 것 같았어요. 그냥 표정으로 직감할 수 있었죠. 상대방이 폭력으로 느낄 만한 행동을 했던 행위에 대해 피해 학생이 인지하지 못했던 다른 원인이 있다는 걸요. 그것이 분노조절이 안 되는 아이들의 특징이니까요. 그래서 곰곰이 아이들로부터 들은 행위들을 복귀해보았답니다.
친구들끼리 같이 놀고 있었을 때 살짝 부딪혔는데 급발진이라 불리는 아이가 쳐다봤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피해 학생은 자신이 특별히 잘못을 느끼지 못해 아무런 사과의 말도 없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면 놀다가 지나가는 말투 속에 무심결에 그 아이를 무시하는 발언이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아이들은 사소한 말투나 어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정되어 있으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화나게 하면 그냥 '급발진'이라는 말로 응수를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때 '급'자만 나와도 화를 불같이 내거나 물건을 던져버리기도 해요. 그 상황을 처음 보는 경우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현실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두 아이가 부딪친 일로 시비가 붙어 찾아왔을 때 가능하면 화해를 시켜 무마시키려고 했던 거죠. 하지만 그런 조정의 태도에 피해를 본 아이는 불만이 있었고 그것을 부모님과 상의했던 것 같았어요. 여러 아이들의 실태를 충분히 공유하고 있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런 정보를 함부로 공유하기 곤란하니 당분간 그 시점에서는 해당 부모님께 명쾌한 해답을 드리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경우 잘잘못을 따져 분노조절이 안 되는 아이를 코너로 몰아 타박을 하게 되면, 그 화를 참지 못해 하루 종일 모든 아이들이 힘든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피해를 본 아이에게 앙갚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부모님들도 이런 상담과정의 드러나지 않는 속사정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내 아이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인지도 모릅니다. 정말 요즘 아이들은 정신건강이나 심리적 정서적 측면에서 다양한 성향을 드러내므로 모두가 소통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나중에 다른 기회에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드려, 아마도 피해를 입은 아동의 부모도 그때 선생님이 왜 그런 애매한 입장을 취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을 것 같아요. 경우에 따라 상담은 이렇게 복잡한 관계들로 얽혀 있고 조금 기다려주어야 할 때도 있답니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것은 피해 아동의 부모님이 양반이라고 해야 할까요. 만약 그런 사례에서 피해 아동의 부모님이 다짜고짜 폭력을 휘두른 아이에게 처벌을 강요하거나 하면 또 다른 큰 문제를 남기며 두 아이 모두 건강한 생활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또,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이 번에는 '급발진'이라 불리는 두 아이가 서로 연관된 일이라 크게 번질 뻔도 했던 사례입니다. 서로 단체 게임을 하다가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실력이 모자란다는 투로 어떤 표현을 해, 그 말을 들은 아이가 끊임없이 사과를 요구하다가 생긴 일입니다. 경기에 참여하다 보면 실수도 나오게 되고, 그 모습을 보면 피씩 웃음이 나오기도 하죠. 경기에서는 상대방의 실수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짓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분노조절장애 아동들에겐 그런 것들이 조롱이나 핀잔으로 여겨져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죠.
"어제 경기에서 내 실수를 보고 왜 비웃었냐?"
"우리 편이 이겨서 웃었어."
"네가 비웃은 것에 대해 사과를 해라."
"그건 사과할 일이 아냐."
이런 대화를 이어가다가 한 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또 붙잡고 그 이야기를 하다가 사고가 터진 거죠. 두 아이가 엉겨 붙어 싸우는 것을 다른 아이들이 데리고 왔었죠. 그때 힘에서 밀려서 사과를 요구한 아이는 목티가 늘어져 쇄골뼈가 훤히 보이기도 했어요. 두 아이를 보며 그들의 성향으로 볼 때, 왜 그런 싸움이 일어났는지 쉽게 알아챘어요. 야단을 칠 생각보다 우선 어떻게 해서라도 화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을 풀지 않고 두면 또 언제 어떤 일을 벌일지도 모르니까요. 서로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정말 사소한 문제였지만 그들에게는 지상 최대의 과제였을 겁니다. 목숨을 건 혈투를 각오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먼저 사과를 요구한 아이에게 설명을 요구했더니 분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얼굴은 눈물범벅이고 목티는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주며 피해 아동의 눈물이 멈추길 기다렸어요.
결국은 사과를 받아냈지만 그래도 화는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훌쩍이고 있었죠. 자신이 다툼에서 밀리는 모습을 지나가던 친구들이 본 것이 더욱 억울하게 만들기도 했던 것 같았어요. 결국 우는 아이는 조금 더 남겨서 다시 개별 상담을 해주었어요. 처음에 사과를 거부했던 그 아이의 입장을 서로 이야기하고, 그 아이 태도의 비겁함에 대해 조금의 허물을 섞어서 진정을 시켰더니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수시로 생깁니다. 평범한 아이들 사이에 있는 특별한 아이들이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리거나 눈물을 참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꾸짖지 마세요.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주세요. 지체 없이 그 아이의 화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원인을 빨리 캐치하세요. 그다음으로 할 일은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내어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각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묻고, 당장 들어주세요. 그리고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문제의 원인도 살피고 잘잘못도 따져보며 완전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면 어떨까요.
둘러보면 보일 겁니다. 요즘 너무 많이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소위 '급발진'이라 불리는 분노조절장애 아동이 주변에 혹은 함께 하고 있다면 미리 어떤 상황을 상정하고 순위를 정해 대처 요령을 숙지해두는 것도 좋겠군요. 그들은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어요. 분노조절 장애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그들의 억지 눈물을 악어의 눈물쯤으로 비하시키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그들은 너무 아프고 참을 수 없는 감정의 활성화로 그냥 흘러나오게 되는 눈물, 그것은 진심이랍니다. '급발진'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눈물을 사랑으로 닦아주세요. 그들도 곧 순한 양이 될 거예요.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