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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May 19. 2023

텅 빈 교실

행복교실, 낭콩이 이야기


하루는 행복 교실 아이들이 교실을 비우고 체험을 가게 되었다. 한낮 교실에는 낭콩이들만 남게 되었다. 낭콩이들은 아이들이 없는 빈 교실이 신기했다. 새롭게 느껴졌다. 전에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키가 큰 낭콩이가 말문을 열었다.

“얘들아, 오늘 왜 이리 조용하니?”

“뭔 일이고?”

“오늘은 휴업일인가?”라고 너도나도 한 마디씩 수군거리며 낭콩이들은 떠들기 시작했다.

낭콩이들 중 유독 키가 가장 작은 낭콩이가 무슨 말인지 중얼거렸다. 행복 교실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갔을 거라고 추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다른 낭콩이들도 나름대로 추측을 하나씩 했다. 빈 교실은 낭콩이들의 세상이 된 것 같았다. 낭콩이들은 아이들이 시끄럽게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빈 교실에서 낭콩이들의 말문이 터지자 교실 아이들 못지않게 소란스러웠다.  

    


평소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의 왈가닥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꼈던 낭콩이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텅 빈 교실이 되니 오늘따라 아이들이 더더욱 보고 싶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꺼내놓는 사이에 작은 목소리가 하나가 들렸다.

“아이들이 없으니까 우리 교실이 참 조용하네.” 수줍어하는 예쁜 낭콩이가 말했다.

“맞아, 참 조용하구나.”라며 활발한 낭콩이와 다른 낭콩이들도 맞장구를 쳤다.

“아이들이 없으니 행복 교실 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어.”

“교실에 아이들이 없으니 너무 지루해! 아이들이 보고 싶어. 잉잉!”

그때 공주병 걸린 낭콩이가 끼어들었다.

“시끄러운 아이들이 없으니 좋기만 한데.”라고 하며 빈 교실이 맘에 든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왕자병 걸린 낭콩이도 공주병 낭콩이 편을 들어주었다. “맞아. 맞아. 아이들 때문에 고막 터지는 줄 알았어.” 공주병 낭콩이와 왕자병 낭콩이는 좀 유별났다.

행복 교실 짝지와 달리 공주병 낭콩이는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아는 줄 아는 거만한 낭콩이였다. 왕자병 낭콩이도 자기 짝지인 주인과는 조금 달랐다. 지혜로운 짝지와 영 딴판이어서 게으르고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명랑한 낭콩이도 있었는데 삼총사들이 티격태격 욕심꾸러기처럼 서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다툼을 벌이기 일쑤였다.

“왕자병 낭콩아! 뭐 하니?”

“난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라고 왕자병 낭콩이가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행복 교실 아이들이 체험을 간 사이 텅 빈 교실에서 낭콩이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이 떠들며 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교실 밖 복도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한바탕 들려왔다. 그때 대장 낭콩이가 소리쳤다.

“얘들아, 쉿! 조용! 행복 교실의 주인공이 돌아오는 것 같아.”

대장 낭콩이의 다급한 소리를 들은 낭콩이들은 모두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숨을 죽였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창밖의 햇살을 즐겼다. 창가에 스치는 바람에 연둣빛 잎을 살랑살랑 흔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교실에 나타난 아이들은 낭콩이들이 빈 교실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낭콩이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을 험담한 일이 들통이 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낭콩이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을 속인 일이 통쾌했다. 한바탕 떠들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런 통쾌한 일이 왠지 조만간 또다시 벌어질 것만 같았다. 낭콩이들도 아이들도 모두 똑같은 장난꾸러기 개구쟁이들이었다. 교실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오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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