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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May 18. 2023

새 가족, 낭콩이들

행복교실, 낭콩이 이야기


행복 교실에는 처음에 스물두 명의 아이들이 살았다. 어느 날 한 명이 갑자기 전학을 갔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가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해 축구팀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행복 교실에는 빈 책걸상과 스물한 명이 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겼다. 갑자기 새로운 가족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처음에 있던 아이들에게 짙은 적색의 씨앗을 나누어주었다. 각자 다섯 개의 씨앗을 받았다. 작은 화분도 주어, 그 씨앗을 심고 키울 수 있게 하였다. 그러자 신이 난 아이들은 모두 자신보다 더 잘 키울 맹세를 하며 씨앗을 작은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씨앗을 심은 화분에서는 흙을 뚫고 떡잎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은 씨앗에서 떡잎이 나온 걸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떡잎 사이에는 예쁜 본잎도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나오려고 했다. 아이들은 그 가족들을  낭콩이라고 불렀다. 성은 강 씨이고 이름은 낭콩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한살이 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 사람의 한살이는 태어나서 아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어 성인이 되고 노인이 되어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데 식물도 한살이가 있다는 것이다. 씨앗을 심으면 잎이 나오고 꽃이 핀다. 그다음에는 꽃에서 꼬투리가 생긴다. 꼬투리 속에서 처음에 심었던 씨앗을 수확하게 되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그런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각자 화분 하나씩을 받아 키우고 있었다. 그러니 행복 교실에는 갑자기 마흔둘이나 되는 많은 가족들이 함께 지내게 되었다. 아이들이 낭콩이를 좋아하고 신기해하니 낭콩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올라왔다. 아침에 등교한 아이들은 아침맞이가 끝나자마자 맨 처음 자기 낭콩이에게 인사를 한다. 어디 인사뿐이던가. 자기 공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지언정 낭콩이는 확실히 챙겼다. 물주는 일은 잊어먹지도 않고 빈틈없이 관리했다. 더 나아가 잎이 나오는 수도 세어보며 너무 기특한 나머지 쓰다듬어 주기까지 했다.

 

생각이 자라는 교실의 아이들을 닮았는지 낭콩이 수준도 보통이 넘었다. 빈 교실에서 낭콩이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낭콩이들의 생각이 아이들을 넘어서는 것 같기도 했다. 빈 교실에서는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얘들 어디 갔니?”, “쟤는 오늘 치마를 입고 왔네.” “야야, 쟤 좀 봐, 눈치도 없이.” “오늘 무슨 날이니? 얘들이 밖으로 나가네.” “춤을 신나게 잘 추는 얘들이 많네, 이 반에는.” “오늘은 책가방을 안 들고 들어오네.” “쟤 나비 머리띠 갖고 싶다.” “야야, 쟤 좀 봐, 쟤는 선생님이 안 보일 때는 딴짓을 많이 하네.” “쟤 좀 혼날 것 같지 않아?” 등등.


교실 아이들은 낭콩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지만 낭콩이들의 입방정이 보통이 아니니 걱정이다. 아이들은 자기 낭콩이 육아일기장 같은 것을 쓰고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것을 관찰기록장이라고 했다. 씨앗 몇 개를 언제 심었는지 기록하기도 하고, 잎이 언제 나왔는지도 기록으로 남겼다. 낭콩이들은 자신들이 자라는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해 주는 아이들이 기특하였다. 그래서 더욱 힘을 내어 쑥쑥 커가려고 노력하고, 다들 맘 속으로 다짐도 하였다.


생각이 자라는 아이들 못지않게 생각이 자라는 낭콩이들의 활약이 기대되었다. 아이들과 낭콩이들의 생각 경쟁이 흥미를 더해줄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행복 교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정말 기대가 되었다. 누가 누구를 키울지 궁금할 정도였다. 처음에 교실에 있었던 아이들은 자신들이 낭콩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낭콩이들의 생각을 달랐다. 낭콩이들은 자신들을 키워주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래서 그 보답으로 외려 낭콩이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기 위한 궁리를 하는 것 같았다. 행복 교실에서는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귀추가 주목되었다. 시간은 하루하루 여름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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