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교실,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는 아이들이 어울려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아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숨 쉬며 자라고 있는 강낭콩들과도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지혜를 얻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키도 자라고 생각도 자라는 강낭콩과 아이들의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이야기이다.
보름달이 뜨는 언덕 기슭에 동백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 여러 개의 교실이 있었는데 행복 교실은 그 속에 있는 아담하고 작은 공간이다. 교실에는 스물두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높은 건물과 옹벽에 가려서 한낮에 가까워져야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곳이다. 해가 떠오르면 교실은 환해진다. 그때 해맑은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밝은 표정으로 만난 아이들은 서로서로 “배려하겠습니다.”라는 아침맞이 인사를 한다. 교실에 들어서서 인사를 마치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계단을 여러 개 올라 3층으로 아이들은 온다. 교실 앞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서로 일찍 교실에 들어오려고 한다. 그 작고 사소한 경쟁 소리를 들으면 꼭 개구쟁이들 같다. 참으로 순박하고 착한 아이들이다. 조금이라도 먼저 온 친구가 아침맞이 인사를 하기도 한다. 아침맞이 인사 담당을 하기 위해 조금 빨리 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너도나도 나날이 배려하는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행복교실 아이들은 무슨 일에든지 신나게 참여하며 자신감을 뽐내기도 했다. "저요, 저요!" 하며 욕심이 넘쳐흐른다. 한 아이가 "저요, 저요!" 하면, 또 옆에 있는 아이들도 "저요, 저요!" "저요, 저요!"를 외치기 시작한다. "저요, 저요!" 좋은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온통 "저요, 저요!" 하며 자신이 먼저 지명받기 위해 애를 쓴다.
모두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더 교실 속은 자신감으로 충만해지는 것 같다. 소소한 용기지만 그것은 확실한 용기가 되어 아이들 속으로 스며든다. '소확행'이고 '소확용'이다. 작고 확실한 행복이고 작고 확실한 용기이며 자신감 뿜뿜이다. 큰 소리로 발표하기, 신나게 율동하기,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기, 자기가 맡은 역할 다하기 등등. 누구나 그런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즐겁게,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 기대가 된다.
뭔가 새롭고 즐거운 이벤트가 생기길 늘 바라는 교실이다. 어느 날 하루는 독서 과제를 함께 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Reading Run이라는 것을 한다. Reading RUN은 독서 속으로 질주해 나가는 활동이다. 겉멋으로 읽은 독서가 아니라 책 속으로 질주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천천히 느릿느릿 읽어가야 한다. 책 속으로 질주하며, 책 한 권을 정해 천천히 읽어가야 한다는 점이 어쩌면 슬로리딩의 묘미는 아닐까. 아이들은 그 일에 온 정신을 쏟아 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서 줄거리를 간추려 써야 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의 말이나 행동, 인상 깊은 장면을 꼼꼼히 읽고, 그것에 대해 생각이나 느낌도 적어야 했다. 할 일이 정말 많고 복잡한 활동이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하고, 또 더 나아가면 토의나 토론에 통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즐겨 책 읽기를 해온 아이들도 있다. 따라서 독서에 능숙한 아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서로의 수준은 달랐지만 행복 교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도와가며 책 읽기를 해나갔다. 책 읽기를 잘하고 빠른 친구들은 조금 느린 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하며 어울려 지냈다. 어쩌면 아침맞이 인사말인 배려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배려는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어야 하니까.
행복 교실은 언제나 역동적이다. 교실에 들어오는 가족들이 있기도 하고 나가는 가족들이 있기도 하다. 교실에는 정적이 흐르기도 하고, 호호호 하하하 웃음소리가 넘쳐나기도 하는 곳이다. 살랑살랑 바람이 창가에서 들오는 날에는 큰 화분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외롭기도 하다. 뭔가에 골몰하며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리기도 한다. 때로는 빈 교실로 남겨지기도 하고 시끌시끌해지기도 하는 곳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지만 정해진 가족들이 주로 들락거린다. 누군가가 누구를 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래서 역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