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에는 고민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깝든 가깝지 않든 우선 고민을 먼저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알아서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게 서로의 친밀함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전화를 시작하면 한 시간은 기본으로 떠들었다.
그 이후부터 본론이 시작이다.
핸드폰이 방전되든 내가 방전되든 둘 중 하나가 방전되어야
이 이야기가 끝이 났다.
서른에는 고민이 있으면 곱씹으며 거울을 보며 대화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고민 상담은 상당한 체력이 소모되기에
되새김질을 하듯 고민을 씹고 또 씹는다.
그렇게 씹다가 씹히지 않는 것들을 모아두었다가 돌멩이가 되면 그때 던진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내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나에겐 고민이었지만 상대방에게는 호박씨일 수 있다는 점
내 얼굴에 스스로 침 뱉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나이 들수록 말수가 줄어든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수록 말 한마디 조심히 내뱉는 것이었다.
오늘도 마음속 호수에 그동안 쌓인 돌멩이를 감싸 쥐고
물수제비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