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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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 없던 한국 여행을 떠나게 되어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호주 멜버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락다운을 오래 한 지역이다. 약 2년 동안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그동안 저축해왔던 돈을 야금야금 사용했다.
쥐꼬리 같은 월급을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이어서 통장을 볼 때마다 뿌듯함이 있었는데 락다운 기간 동안 돈이 줄어드는 것을 볼 때마다 착잡했다.
한국에 가는 건 좋았지만 비행기 표값부터 만만치 않았다. 락다운 이전에는 왕복 티켓 값이 800 ~ 900불 정도였는데 지금은 1800 ~ 2000불이 평균 가격이 되어버렸다. 이번 휴가 기간에 추석이 껴있어서 그런지 가격은 항상 최고를 기록했다. 비행기 표값은 낮 아길 기미가 안 보이고 기다리다가 비행기 표까지 구매하지 못할 것 같아 눈치게임에 실패하고 비싼 가격에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한국 여행이 결정된 뒤로 어딜 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물가가 비싸서 대부분의 시간은 집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지만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본전은 이미 뽑은 것이다. 한국으로 떠나기 3주 전 갑자기 부동산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받았다.
집주인이 집을 판매하게 되어 10월 10일까지 집을 빼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대부분 집을 판매하면 14일 노티스만 주면 되지만 매너 좋은 집주인은 2 달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한국 여행 다녀오면 10월 5일인데 5일 안에 집을 구하기는 빠듯했다.
부동산에 양해 이메일을 보내긴 했지만 이미 넉넉한 시간을 주었기에 이 이상은 개인 사정이었다. 솔직히 두 달 준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한다. 만약 한국 여행 중 갑자기 집을 뼤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결국 한국 여행 계획은 초고속으로 대충 짜고 난 후 집을 알아보고 다니기 시작했다. 락다운 기간 동안 저렴한 집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지금은 부동산 웹사이트에 내가 원하는 가격대의 집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가뭄에 콩 나듯 집이 나오면 기본적으로 인스펙션 오는 사람들이 3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아주 잠깐의 설렘 끝으로 비행기 타기 전까지 조바심으로 끝날 것 같다. 어쩐지 일이 술술 풀린다 했더니...
집을 구하지 못해서 모든 짐을 다 버리고 떠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발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녀야겠다.
이번 여행도 무탈히 잘 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