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 May 05. 2023

술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한 건지 아님 분위기에 취한 건지 

시끄러운 음악 속에도 

네가 하는 말은 또렷하게 귓가에 울렸다. 


집에 가는 동안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같이 가야 했어야 했나? 연락처라도 불어볼걸 그랬나? 

아직 잡히지 않은 약속을 기다리며 설렘을 품었다. 


별 핑계를 다 만들어서 어색하지 않게 친구들과 자리를 마련했을 때 

네가 꼭 나오길 바랐는데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빨리 이 술자리가 끝나길 바랐다. 


용기 내서 친구에게 네 연락처를 받았을 때 

가슴에 품었던 설렘이 폭발했다. 

그때 너와 마주 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술에 취한 건지 아님 분위기에 취한 건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동안 마음 졸이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렸다. 

어색하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호감이 있다는 걸 들킬 수 있도록.


숫자 1이 사라지길 바라며 매 순간 메시지를 확인했다. 

기다림에 지쳐 잠들다가도 진동 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제발 많이 아프지 말길 


오늘은 네 답장을 받을 수 없지만 

내일은 네 답장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마음의 상자 속에 다시 설레임을 구겨 넣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도(非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