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우울이 깊어졌다
경력직 온보딩 교육의 마지막 스텝이 제주도에서 끝났다. 1년이 넘게 진행된 온보딩 교육이다. 여느 때처럼 카톡방에서나 말하고 끝낼 수 있는 일이지만, 내 인생에서 전례 없이 괴롭고 우울한 나날들이라 어딘가에는 꼭 토로하고 싶어 써본다. 이렇게 남겨놓으면 나중 되어서 아 그땐 바보같이 힘들었었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 것 같아서.
출근 전날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가진 다른 종류의 무수한 행복들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불행하고 또 불행하다. 무슨 일이 있어서 힘든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숨을 쉬는 것 자체가 힘이 든다. 그곳의 공기가 나를 은은하게 질식시킨다. 이번 2박 3일도 나를 모르는 공항의 인파에 섞여 들고 나서야 나는 겨우 숨을 쉴 수 있다.
나는 쉽게 병드는 사람이 아니다. 부족한 건 노력으로 채워왔고, 그럼에도 모자란 건 인정했으며 서로 다른 건 이해하려고 부단히 애써왔다. 나를 눌러 앉히는 환경을 뚫고 조금이라도 나아가고자 계속해서 꿈틀거리며 살아왔다. 이건 내 안의 깊은 곳에 긍정의 에너지가 살아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대체 왜 불행한가. 이곳에서 나는 지금껏 쌓아온 나의 존재를 부정당한다. 이 건물에서 너처럼 생각하는 건 너 하나밖에 없어. 사람들은 모두 너처럼 성장하고 싶어 하지 않아. 니가 직접 바꿀 거 아니면 그냥 가만있어.
이곳에서 은은하게 자행되는 폭력에 나는 공감받지 못한다. 대감집이니까, 퇴근이 이르니까, 밥 챙겨주니까, 제주도 보내주고 성과급도 넣어주니까 입 다물고 그냥 즐기기나 하라는 당신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나를 병들게 한다.
이 모든 건 나의 선택이다. 살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안정감이란 걸 나도 얻고 싶었다. 나 하나 티 안 나게 불행하면 꽤 괜찮은 시선을 받으며 최소 30년은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 선택에 책임지고자 끝없이 발악하고 있는 중이다. 러닝, 등산, 독서. 이걸로 안되니 폭식도 하고 코인도 하고 게임도 한다. 의사가 해결해주지 못하니 사주, 점성술, 타로, 불교, 기독교까지 넘나 든다. 건강한 방법, 안건강한 방법, 의학적 방법, 주술적 방법 등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답을 찾지 못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절전모드로 살다 보니 나날이 바보 멍청이가 되는 기분이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라곤 그냥 퇴근하고 싶다 자고 싶다 아무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뭐 이런 것뿐이다.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내년이면 서른여덟이다. 100세 인생이니 지금껏 살아온 방식을 모두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도 얼마든지 괜찮은 나이다.
이제는 정말 37살의 나에게 장례식을 치러주고 싶다. 3년상이라치면 이제 겨우 1년 되었다. 부디 이 장례식의 끝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