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클럽: 손모가지 걸고 글쓰는 클럽
사내 커플 소식을 들을 때마다, 왜 저 여성은 저 남성을 만나게 되었을까를 늘 생각해보게 되었다. 은영과 철규의 경우도 그랬다. 수많은 염문에 휩싸였던 철규는 결국 입사동기인 은영과 결혼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조직이였지만 비율상으로 보면 사내커플이 정말 많았다. 남성이 소수이고 여성이 다수인 조직이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였을까. 연애의 주도권이 남성에게 기울어진 경우가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Lover' (*부부가 아니면서 성관계를 갖는 애인/연인) 도 많았다.
처음엔 그저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루머라고 하기엔 목격자와 증언들이 너무 많았고 친한 동료들이 직접 목격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일 인물이 상대만 바꾼 동일한 행각이 계속 목격되고 회자 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사람들에겐 그저 좋은 가십거리가 되고 좋은 안주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보통 그런 관계는 남성이 훨씬 우위의 직급에 있으면서 팀 내, 팀 외 할 것 없이 (여성) 상대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PC에서 불륜 관계에 있는 여성 직원의 수영복 사진이 목격 되기도 했고, 여성 직원이 캡쳐한 카톡 메세지가 공유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명백한 사실들이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심지어 사내 결혼을 하고도 사내 불륜 관계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불륜 커플 목격담과 부부의 이혼설 등 수많은 소문들이 떠다녔고 결과적으로 대부분 불륜 관계 있던 여성 직원의 퇴사로 일단락 되었다.
은영도 철규의 염문설을 모르는 바 아니였으며 심지어 같은 팀 직원이 잠옷 바람으로 철규의 집에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 바 있었다. 그런데 철규가 잘못했다 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했다.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은영은 철규의 다짐을 믿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은영은 면세점을 그만뒀다. 아이러니하게도 면세점은 여자 직원들이 많고, 여자들이 일하기 좋다는 직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회사임에도 사내커플이나 부부 중 이직을 선택하는 쪽은 여자였다. 은영이 없는 회사에서 철규는 더 기세등등 해졌고 그의 행각은 나날이 더했다.
은영과 철규사이엔 아이가 태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부부는 이혼했다. 아이는 은영이 키운다고 했던가. 그리고 얼마 뒤, 철규의 재혼 소식이 들려왔다. 철규의 재혼 상대는 면세점에 함께 다녔던 직원이였는데, 둘은 호텔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게 철규는 면세점에서 만난 여자들과 결혼과 재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드라마에도 나온 적 없었던 이런 서사는 그만의 것이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