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클럽: 손모가지 걸고 글쓰는 클럽
엉덩이. 그건 분명 엉덩이였다. 팀에서 다같이 회식을 하고 모두 기분이 좋은 정도로 마시고 분위기도 좋았다. 그런데 당시 나의 팀장이었던 그가 내 엉덩이를 톡톡 쳤다. "아이구, 잘했어." 의 느낌이였다. 그 당시엔 불쾌함으로 바로 인식하지 않았던것 같다. 이게 뭐지, 얼떨떨 하기도 했고 찰나였고 무엇보다 그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에 뾰족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누군가에겐 그게 문자메세지였다. 워낙 관계가 좋았던 팀장과 팀원 사이였기에 문자가 자주 오고 가는 사이였는데 도를 넘는다 싶은 문자가 하나, 둘 오기 시작한 것이다. 문자를 받은 후배가 나에게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해왔다. 나도 처음 겪는 일이거니와 입사 한지 얼마 안 된 사회 초년생, 일단 인사팀에 이야기하고 노조가 있으니 노조에도 도움을 요청해보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나도 돕겠다고 말했다. 모르고 있었을 뿐, 그때만 해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했을텐데 문제로 지적된 적은 없었던 분위기였다. 결국 후배의 부모님까지 동원되어 그 일을 해결해야 했는데, 그 뒤로 그 후배의 마음이 어땠는지 이야기 해보진 못했다. 후배에게 도를 넘는 부적절한 문자를 보낸 그 팀장이 퇴사한 뒤에도 그 사건은 술자리에 단골 안주로 등장하며 걸핏하면 그 팀장이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였다는데, 그가 불쌍하다는 말이 내 귀에 왕왕 들려왔다.
누군가에겐 입술과 가슴이였다. 회식이 끝나고 같은 방향이라 택시를 같이 타고 가다가 내릴 때가 되어서야 갑자기 입술과 가슴을 덮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 후로도 가해자는 버젓이 회사를 잘만 다녔고 여자 직원들의 입술과 가슴을 노리는 자는 그 뿐만이 아니였다.
영업을 하는 점포에서는 점장이 왕이였다. 대부분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여성이고 점장은 대부분이 남성이였으니 점장이라는 자리의 기세는 더했다. 어떤 점장은 회식을 하면 노래방이 필수코스 였는데 술을 마신 뒤 필수적으로 가는 노래방에서 더 흥이 오르면 5만원짜리 지폐를 노래방 화면에 붙이고 뿌리고 난리도 아니라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택시타고 가라며 직원들한테 그렇게 돈을 준다는 것이였다.
'사랑의 이해'라는 드라마에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매번 선을 애매하게 넘는 은행 지점장이 거래처 술 접대가 끝나고 난 뒤 동행한 여자 직원에게 매번 택시비를 준다. 그 돈을 받은 직원은 그걸 통에다 모았다가 그 돈을 다시 점장에게 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그 엉덩이를 두드림 당한 그 기억은 불현듯 한 번씩 떠오른다. 처음엔 내가 불쾌하지 않았으니 됐다고 생각했는데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계속되는 성희롱과 문제 행동들을 보면서 그때 내가 바로잡았어야 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기억과 그 일을 바로 잡지 않았다는 후회가 그림자처럼 계속 따라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