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클럽: 손모가지 걸고 글쓰는 클럽
제이에스. 진상(JinSang) 손님의 약자라 했다. 그때만 해도 손님이 왕이던 시절이었으니, 컴플레인이 걸리면 집까지 꽃다발과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갔다. 나는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해본적이 없지만, 직접 기획한 행사나 이벤트에 관련된 컴플레인을 처리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본인을 고등학교 교사라 밝히며 본인이 원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음에 굉장한 히스테리를 부리는 고객이 있었는데 '도와드릴게요'라는 말 한마디에 발끈하며 어떻게 당신이 날 도와주는거냐며 난리를 치는것이었다. 그나마 수화기 너머로 이어진 대화였으니 망정이지 직접 대면해야 했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매장에서 근무한 분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 정도는 약과라며 'JS'에 쳐주지도 않는다 할지도 모르겠다.
제이에스는 사무실에도 있었다. '또각 또각' 소리가 나서 잘 들어보면 분명 손톱깎는 소리였는데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땐 설마했다. 설마 사무실에서 손톱을 깎는 사람들이 있을리가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생각보다 자주 들려왔고 한자리에서만 들려오는 것도 아니였다.
파티션 한 칸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팀장 자리에서 긴 전선이 왔다갔다 하기를 몇 분째, 정체는 고데기 였다. 그런 일을 생각보다 자주 반복해서 일어났는데, 처음 봤을 땐 기함하고 놀랐으나 적응이 되자 그러려니 하는 일이 되었다.
어느날은 거래처에서 팀원들이랑 같이 드시라고 케익을 선물해 주셨다. 케익이 맛있기로 유명한 호텔 베이커리에서 만든거였다. 사무실 아래에서 받아 들고 들어가자마자 팀장이 말했다. "오늘 우리 아들 생일인데, 내가 이거 가져가도 될까."
이런 일도 있었다. 팀장이 직원에게 백화점에 다녀오라길래 시장조사를 가라고 하나보다 했다. 그런데 웬걸, 명분은 와이프에게 선물할 가방을 사오라는 것이였는데 실제로 받은 사람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게 누구든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경황없던 직원은 근무 시간에 택시를 타고 멀리 떨어져있는 백화점에 가서 가방을 사왔는데 여기서 더 경악을 금치 못했던것은 현금을 상품권으로 바꿔서 사오라고 그 직원을 나무라며 다시 보냈다는거다. 그래서 그 직원은 어떻게 했을까? 별 수 있나. 다시 다녀오는 수 밖에.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던 우리들도 모두 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