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라, 비가내려서, 갑자기 글을 쓴다
퇴사한지 6개월. 처음 퇴사를 결심했을 때는 나름 거창한 계획이 있었다. 문제는 그 계획의 성공 여부가 내가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기대와 달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하루아침에 대책도 없는 백수가 됐다. 솔깃한 제안을 한 기업과 대표를 원망하지는 않았지만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메모장과 아이패드를 펼쳐보았을 때 오히려 안도했고 이 사태(?)를 만들어준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3년 전부터 빼곡히 기록해 둔 메모장과 아이패드에는 온통 일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본업이 아니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기록들이었다. 나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내 무의식은 3년 전부터 창업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자의가 아닌 타의로 '내 일'을 시작했다. 꼬박 6개월이 지났고 지금의 나를 직업으로 정의하자면 N잡러가 되었다. 돈을 벌어 들이는 채널이 4개이니 4잡 이겠다.
사업이 잘되느냐? 객관적으로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만족한다. 나름 안정적인 4잡을 갖추고 나서야 퇴사하기 전 월급의 1/3을 고정적으로 벌게 됐다. 고작 1/3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잘된다고 말할 순 없다. 그래서 다시 돌아갈래? 라고 묻는다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돈을 두 배로 줘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 일'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 겉으로 봤을 때는 전혀 몰랐다. 내가 생각했던 기업의 대표는 항상 당당해 보였다. 자신감이 넘쳐 흘렀으며 주변에서 동경의 눈빛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는 존재였다. 그래서 나도 쉽게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내 일'을 한다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꿰뚫고 있어야 할 수 있다. 처음 서비스를 기획하고, 고객에게 제안하고,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출을 달성하는 것 까지. 안정적인 직장에서 주어진 영역을 전문적으로 잘 수행하기만 해도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대우를 받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기획만 잘해도 문제고, 영업만 잘해도 문제고, 서비스만 뛰어나도 문제다. 그래서 힘들었다.
그래도 스스로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 생각한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2개월 만에 작지만 소중한 매출이 생겼다. 살면서 느낄 수 있었던 행복이라는 감정을 다 합쳐도 첫 계약을 하던 그 순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내 일'을, 나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계약서 한 장이 나의 가치를 대변했다.
이제는 하루 하루가 기대된다. 내일은 또 어떤 '내 일'을 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