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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16. 2023

04 아이를 맞이할 준비

# 2주차.. 힘겨운 움직임의 시작

 말이 쓰리룸이지 제일 작은 방은 냉장고가 차지하고 있었고, 아예 누울수도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았다. 사실 방 2개를 나눠쓰고 있었다. 막내가 태어나기 전, 작은 방에는 아내와 막내가, 큰 방에는 나와 두 아이가 잠을 자기로 했다. 아무래도 신생아들은 새벽에 계속 울며 깨고 먹고를 반복하기에,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두 아이를 위해서 당분간은 그렇게 자기로 결정했었다. 예정은 1주차때 이 모든 것을 다 마무리하고, 앞선 글처럼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려 했으나 이미 모든게 무산되었다. 허무하게 1주일 보내고, 2주차가 시작되었다.


 <2주차>

 전혀 움직일 힘이 없었다. 하지만, 당장 금요일이면 집에 올 아내와 아이로 인해, 어떻게든 움직여야 했다. 둘째까지는 14일 동안 조리원에 있었다. 그러나 막내는 애초에 계약할 때 10일만 있기로 했다. 전적인 아내의 결정이었다. 금전적인 영향도 있었고, 늘 조리원생활이 답답하다며, 셋째는 안되겠다는 아내의 선택이었다.


 1주차때와 오전 스케줄은 동일했다. 아이를 깨우고, 등원준비를 하고, 등원을 하고, 조리원으로 향하고...
다만 조리원에 갔다온 후, 오후 스케줄이 달라졌다.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평소 같았으면, 하루나 이틀이면 다 할 일을, 겨우 목요일까지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공간 확보를 위해 결혼때 샀던 옷장을 버리고, 행거로 교체했다. 막내와 엄마의 방, 그리고 두 아이와 내가 함께 거할 방의 공간으로 서서히 만들어갔다. 아내가 조리원에 들어간 사이 옆집은 새로 이사해왔다. 이사 준비를 위해 내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옷장 하나를 버려야 하는데,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도움을 요청했고, 겨우 밖으로 내놓을 수 있었다. 우리 집은 계단 7~8개를 올라간 후 바로 있는 1층 이었다. 그 계단을 내려가기가 벅찼었다.


 아이들 하원전까지 이러저리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냈으나 눈물로 하루를 보내는건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 사이 지인들은 계속해서 연락을 주었고, 계속해서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해주기도 했다. 힘이 되기도 하는 응원도 있었지만, 여전히 냉철한 판결문도 있었다.


 우울증 환자에게 내려지는 처방이 그저 평범하고 지극히 쉬운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라 한다.

 밤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고, 아주 아주 잠깐의 산책을 하고, 가급적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고...


 돌이켜보니 2주차때 내가 했던 행동들이 이 처방에 맞는 행동에 가까웠다. 낮에 짐을 옮기고 나니 몸이 피곤해 밤에는 그나마도 깨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고, 조리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있던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기도 했고, 몸을 움직여야 하니 뭐라도 조금 먹기도 했다.


 그러나 깊은 고통이 여전했다. 여전히 온 몸이 아팠고, 아이들의 얼굴은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사람들과 대화는 여전히 어색했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왼쪽 가슴엔 죄수번호가 깊게 새겨진듯 했다. 할머니가 가끔 아이와 엄마의 안부. 그리고 두 딸들을 보고 있는 나를 걱정하며 전화가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시기에, 그저 괜찮다는 말로 얼버부리며 끊기 일쑤였다. 


 생명이란 움직임이다. 움직임이 없는 건 죽음과도 같다. 

 지금에와서보면 이 말이 새삼 맞다고 생각된다. 계획대로 1주차에 이 모든 걸 마치고, 2주차엔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해본다. 쉽지 않았겟지만...


 금요일 아침, 엄마가 온다는 사실에 두 딸은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오늘 그럼 엄마 오는거 맞지? 오예~"

 큰 딸이 신나한다. 둘째도 말은 하지 못하지만, 본능으로 아는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어두운 내색 하지 않으려 했지만, 분명 아이들은 알고 있었던것 같다. 아빠가 건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들 등원을 마치고, 가까웠지만, 운전해서 차로 조리원에 향했다. 그렇게 아이가 처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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