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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Jun 12. 2023

15 다운증후군이라도 할 수 있다.

함께하자

 막내 아이의 다운증후군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인터넷으로 무수한 정보를 찾아봤다. 발생원인에서부터 나타나는 여러가지 질병들, 그리고 살아가는 실제 삶의 모습 등.. 각종 글과 영상, 사진 등등 

 먼저,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노산, 영양불균형, 유전적 원인 등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실제 추측만 할 뿐 이러한 원인들도 발생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진짜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시는 분들은 원인이 알 수 없는 부분을 인지하고는 우리 부부에게 지속적이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노산 때문이란다. 너네 부부의 건강이 문제인 거 아니냐. 양가에 누가 혹시 있냐? 등등.. 추측성의 말들을 진실인 것 마냥 서슴없이 화살을 쏳아대기도 했다. 혹시나 그러한 원인일지라도, 위로를 바라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듯 한데...


 아이가 여러가지 질병에 취약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앞으로 우리 가정에 있어 여러가지 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지레짐작함으로, 걱정과 염려가 앞섰다. 그러나 일년의 시간을 겪으며, 아직까지 전혀 우리 가정에 여러가지 부분에 그렇다할 제약은 크게 없었다. 물론, 올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하교 시간이 짧아졌고, 그 와중에 막내 아이는 작업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어서, 아내가 일정을 조정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앞서 걱정했던 부분은 이런 부분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여행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어디 놀러라도 가는데 제약은 없을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등등.. 대부분 이런 내용들이었다.


 놀랍게도 지난여름에 3박 4일 휴가를 다섯 식구가 함께 잘 다녀왔고, 어린이날에는 1박 2일 근교 펜션으로 놀러도 잘 다녀왔다. 심지어 주일 교회 예배가 끝나고 나면, 가끔씩 했던 드라이브도 계속하고 있다. 물론, 막내아이의 컨디션을 살펴가며 움직이곤 한다. 아무래도 이제 막 돌이 지나기도 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유독 힘들어하는 부분들이 있기에 잘 살피고 있다. 


 막내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분리해서 재우려고 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계획들을 세웠는데, 당분간 큰 방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좁게 자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다섯 명의 생활공간이 모여 있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막내아이와 함께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직은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막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고, 이게 어떤 상황인지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마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시간들을 보내며, 내 안에 깊은 깨달음이 하나 생겼다.


 1. 중요한 건 엄마 아빠였다.

 -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느 아이들과 동일하게 예쁘고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면, 그다음에 생겨날 문제에 대해서는 어렵게 어렵게 보낼지라도 넘길 수는 있게 되고, 그러면서 이겨낼 근력이 조금씩 생성되어 점점 더 건강해진다는 사실이다.


 2. 함께 하면 된다.

 - 이 역시 1번과 비슷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 년간 여러가지 말들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마음에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과연 우리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할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아무리 오래되었고 가까웠다 하더라도, 결국 그렇게 행하는 사람들은 그 행함이 그들의 본모습이었다는 반증이었기에, 언젠가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피해를 주었을 사람들이라 정리하면 될 상황이었다. 오히려 하나의 명확한 기준이 되어버렸다.


 3. 맞춤으로 할 수 있다.

 - 길은 있었다. 비행기 탈 수 있지만, 조금 힘들어한다면, 굳이 비행기 타지 않고 다른 교통수단을 통해 국내를 돌아다녀도 되었다. 여행은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아무리 아이가 건강했다 하더라도, 이미 우리 집엔 막내아이를 포함해 총 세명의 아이가 있다. 외식하러 가면 이미 정신은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그마저도 시간이 흘러 우리 부부는 나름의 포지션을 세팅하고 움직인다. 아이의 건강 유무와 상관없이 외식은 엄청난 마음먹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삼모사가 아니다. 그리고 설령 조삼모사라도 말 그대로 생각하기 나름이었고, 적응하기 나름이다. 장마철이 지나면, 높고 푸른 청명한 하늘이 환영하듯, 당장 힘들고 어렵다면, 오히려 벗어나려 하기보다, 참기보다, 울 수 있을 때는 울고, 화를 낼 수 있다면 화도 내보는 태풍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된다. 물론, 그로 인해 생겨난 수해 피해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그 피해로 인해 다음에 일어날 일들도 미리 준비할 수도 있게 된다. 울어도 괜찮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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