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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Jun 08. 2023

14 아이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바라보자.

장애라고 다를 건 없다

 아내와의 대화 주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부분이 가족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갓 입학한 큰딸과, 어린이집 생활하면서 이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둘째 딸, 그리고 가야 할 길이 먼 다운증후군 막내아들. 셋의 모습도 성향도 상황마저도 너무 달라서, 대화의 주제가 각양각색이 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첫째와 둘째 아이는 보통 지금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큰 딸의 방과 후 수업 관련 이야기. 둘째 딸의 어린이집 생활이야기 등등.. 그런데 유독 막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현재보다는 미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 치료의 과정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의 부모일수록 유독 그렇다.


 우리 가정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막내아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앞으로의 치료과정과 예상되는 상황들, 또 아이가 자라야 하는 미래의 환경과 복지 관련 내용들에 대해. 걱정이 앞선 내용들이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주변부모들을 통해, 복지관을 통해, 혹은 병원시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로서는 더더욱이 다양한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물론, 사실여부에 대해 구별할 수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나의 아이에 문제가 되게 되면, 그 상황은 또 다르게 다가오기에, 정보를 받아들이기까지, 소화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얼마 전, 어떤 부모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게 되었고, 그에 관련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되는 부분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분의 이야기들 모두가 다들 공감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글에 관해 아내와 대화 도중, 우리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독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의 시선에 눈을 맞추기보다 앞으로 살아갈 걱정을 앞서하는 것이 과연 우리 가정에게 필요한 주제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물론,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작업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매주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으며,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에게 너무나 먼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당장은 필요치 않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 이유는 늘 걱정을 달고 사는 우리 부부의 성향이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세 아이를 향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 이런 조언을 누군가 했다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조언이 이제 막 사실을 접하고 마음을 추스르는 사람들에게 할만한 말들 또한 아니다.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지면, 사람의 시선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좁아진 시선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엔 자칫 잘못했다간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건강한 주변 사람들이 묵묵히 옆에서 함께 해주며 기다리는 시간을 통해, 이러한 부분들. 앞선 걱정보단 지금 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에 대해 서서히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비장애인 아이 둘을 앞서 키우면서도, 여러 가지 비교를 하며 살게 됨을 본다. 특히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부모들끼리의 경쟁은 말로 할 수 없다. 누가 먼저 기었는가부터, 언제 앉았고, 걸었는지. 말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숫자는, 한글은 언제부터 읽게 되었는지 등등... 수도 없이 많은 비교를 하며 우열을 가리고 경쟁을 가열하게 하기 시작했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시험을 보고, 등수를 공개적으로 붙여놓고, 성적에 따른 반을 나누고, 그 안에 부모님들의 물질적인 후원을 통해 차별을 겪으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이기고 졌다의 사실보다 가정 내에 충분한 사랑을 받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비장애인 아이와의 비교도 마음을 어렵게 하지만, 같은 장애를 품고 있는 아이와의 비교도 마음을 어렵게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지난 다운복지관 선생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게 된다. 굳이 당장 그럴 필요 없다.라는 것이다. 이미 두 아이를 키웠던 경험이 있었음에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비교라는 것이 무색함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이 비교라는 것이 실제 현실을 가지고 비교하는 듯 하지만, 결국엔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며 걱정이나 염려로 다가오게 된다. 늦더라도 가면 된다. 한계는 있겠지만, 그 한계가 어디까지라고 규정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한계가 있다 한들. 그 한계 속에 얼마큼 자유롭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사는 곳과 방법이 다르다. 그 편차가 어마어마해서 평균을 매기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한 요즘이다. 어떤 부모든 자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에게 주어야 할 건 사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사랑.


 주변에 혹은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 혹시나 나와 비슷하다면, 서로 사랑하며 지금 행복한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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