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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Jun 13. 2023

16 엄마의 위대함 (1)

사랑하는 아들일뿐

 처음 병원에서 다운증후군 소견을 들은 이후, 결과를 기다리는 3주동안 병원에서 3일을 제외하곤 아내는 거의 막내 아이와 붙어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10일을 보내는 동안 모자병동 시간을 오랜시간 가졌고, 집에 와서도 계속 붙어 있었다. 아내도 순간순간 울컥하는 여러가지 마음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나와는 달랐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다운증후군 확정 판정 이후, 처음 대학병원에 가서 여러가지 검사와 진료를 받았을 때, 아내는 그 이후의 일정도 어느정도 꿰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정보들을 숙지하고 있었다. 선배 부모님들을 통해서, 인터넷 여러가지 정보들을 통해 아내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것인가에 대해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번은 재활병원과 대학병원을 다니며, 막내아이의 재활치료를 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일 큰 아이 등하교와 둘째 아이의 등하원까지 하고 있다. 아내는 그렇게 세아이의 엄마로써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고위험군에 대한 소견을 듣고 나서, 다들 주변에서 니프티 검사와 같은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었다. 그러나 아내는 어차피 낳아서 키울 건데, 왜 자꾸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다운증후군 확정 판정 받았을 때에도, 아이를 바라보며 느리더라도 천천히 가더라도 앞으로 가기만 하자. 라며 아이와 자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어느 하루는 시간이 되어 아내와 함께 아이의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에 동행했다. 그 곳엔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이 있었다. 물론, 아빠들은 밖에서 대부분 경제생활을 하느라 그 곳에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엄마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보며 한결같이 웃음으로 대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치료의 현장이라 조금은 어두울거라는 내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막내 아이에게 있어, 영원한 0순위는 엄마다. 그리고 다음은 엄청난 경쟁상대로 몸으로 서로를 대하는 두살 차이 나는 누나, 그 다음이 큰 누나, 마지막은 아빠인듯 하다. 가열차게 울다가도 엄마 품에 들어가면 이내 눈물을 그친다. 단순히 오랜시간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님을 안다. 어린 막내아이도, 엄마라는 그늘이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기에 그런듯 하다.


 아내가 막내아이와 함께 조리원에 있을 때, 두 아이와 함께 한 식사는 식탁 크기가 크지도 않은데, 여백의 미가 여실이 보일 정도로, 반찬 없이 메인 음식 하나로 해결했다. 말이 메인이지, 스팸볶음이나 카레 등등이었다. 아내가 다시 집에 돌아온 날, 식탁은 여백의 미가 강조된 동양화에서 화려한 서양화로 바뀌었다. 나 역시도 모처럼 맛있는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큰 아이와, 어린이집 생활하는 둘째 아이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아내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큰 아이가 친구들에 관해 이야기 할때 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 같은데, 아내는 익숙한듯 대화를 하고 있었다. 둘째 아이 운동회 때는 아이에 대해 내게 누가 누구인지 얘기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아내는 막내 아이와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과 특징까지도 알고 있다. 관심의 차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엄마가 가진 위대한 능력이라 생각된다.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이 아내에겐 그저 여느 아이가 걸리는 감기처럼, 대부분 크게 개의치 않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어떻게 치료해야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아이가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것인가로 아이를 향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나, 생각의 차이일 뿐 아내는 여전히 엄마로써 위대한 여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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