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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Mar 20. 2024

촌개구리의 삶 (6)

똑바로 누워 잘 수 있는 행복

6년 전 설연휴를 보내며 뒷산에서 운동하고 내려와 반신욕을 하고 나오니 오른쪽 가슴에서 등허리까지 띠처럼 작은 물집이 많이 생겨 놀랐다.


처음에는 뭘 잘 못 먹어 알레르기 반응인 줄 알았는데 콕콕 쑤시는 통증이 예사롭지 않아 여기저기 알아보니 대상포진인 거 같다고 하며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부랴부랴 대상포진 전문병원을 찾아가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니 대상포진이 맞고 증세가 심하니 바로 입원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평생 통증으로 고생한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입원 후 매일같이 권총같이 생긴 가늘고 긴 신경치료 주사기가 등에 꽂힐 때마다 예방접종을 꼭 받으라던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걸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며칠 지나 물집이 아물게 되면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병실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상포진 환자가 넘쳐 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7일간 입원치료가 끝나고 알약을 한 보따리 받아 퇴원하며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대상포진에 걸린 원인을 스스로 분석했다.


​대상포진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잘 걸린다는데 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또 분석해 보니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증상이 점점 심해져 숙면을 못하니 낮에 늘 졸리고 운전 중 나도 모르게 깜박 졸아 사고를 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일박하며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니 수면무호흡이 최장 '1분 8초' 중증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한마디로 자다 저세상으로 바로 직행할 수 있단다.


이러다 인생 종 치겠구나 하는 절박한 생각에 결국 하던 일도 그만두고 남은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건강보험으로 양압기를 처방받아 침대옆에 설치하고  똑바로 누워 잔 첫날밤의 행복감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양압기를 쓰다 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낮에 덜 졸리고 머리도 맑아져 수명이 연장되는 기분이다.


이제는 일박이일 여행을 가도 보따리 하나를 더 챙기고 평생 끼고 자는 불편함이 생겼지만 오늘도 양압기 튜브와 마스크를 즐거운 마음으로 세척했다.


건강의 삼요소 '쾌식, 쾌변, 쾌면' 너무너무 중요하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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