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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Sep 06. 2024

촌개구리의 삶 (24)

운전면허 반납하는 날까지...

오늘은 옆동네 상가에 볼일이 있어 상가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일 보고 내려왔는데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대기 차량이 7~8대가 밀려있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생각하고 주차 차단기 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그마한 체구의 80대로 보이는 노인분이 차에서 내려 카드를 들고 뒤차에 왔다 갔다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분한테 다가가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니 카드결제가 안된다고 해서 카드를 넘겨받아 넣어보니 한 번에 결제가 되며 차단기가 열렸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지하로 내려와 밀린 차들이 빠지길 기다렸는데 웬일인지 차들이 꼼짝 안고 있어 다시 걸어 올라가니 차단기에서 3미터 정도 차가 뒤로 밀려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니 차가 앞으로 안 나간다며 차가 자꾸 뒤로 밀려 뒤차와 거리가 좁아지니 당황해서 쩔쩔매고 계셨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차는 오토매틱이고 기어는 ' D'상태에 놓여있어 액셀레이터만 밟으면 문제가 없는데 다시 밟아 보라고 했는데 차는 안 나가고 뒤로 조금씩 밀렸다.


내가 운전을 해 드릴까 생각도 했는데  차량 결함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다시 시도해 보라고 하고 자세히 발위치를 들여다보니 당황해서 그런지 브레이크를 액셀레이터로 착각하고 계속 밟고 계셨다.

 

속으로 빠르게 문제를 파악해 다행이란 생각에 바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서 우측 액셀레이터를 밟으라고 소리 질렀더니 그분이 그제야  깨달았는지 바로 발을 옮겨 페달을 밟으니 차가 쓩하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며 누구나 당황하면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아무도 차에서 내려 도와주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미래의 나의 모습을 본 거 같아 기분이 좀 착잡했다.


최근 뉴스에서 종종 고령운전자가 큰 사고를 냈다는 소식과 각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면허증을 자진 반납할 경우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듯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와 신경조직의 노화로 인해 감각기관에서 유입된 정보의 해석과 추리과정 및 처리속도가 느려진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노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활발한 지적활동을 통해 운전대를 놓는 그 순간까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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