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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Feb 26. 2024

촌개구리의 삶(2)

큰 글자책이 가져다준 기쁨


초등학교 시절 약수동에 살았는데 우리 집 반쪽은 외숙모네가 서점 겸 문방구를 하셨다.

방과 후 동네 애들과 놀지 않을 때는 몰래 들어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만화책부터 성인소설까지 닥치고 읽었을 정도로 책 읽기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젊은 날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매일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느새 세월이  빠르게 흘러 머리는 희끗희끗 노안에 눈도 침침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어도 TV나 유튜브에 빠져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동네 뒷산에 산책하고 내려오며 도서관에 들어가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우연히 어르신들을 위한 큰 글자 책만 모아놓은 곳을 발견했다.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얼마나 반가웠던속으로 참 친절한 도서관이라고 생각하고 큰 글자  몇 권 빌려왔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제 조용히 책 좀 읽겠다고 큰소리 치니 아내가 어디서 났는지 독서대를 준비해서 펼쳐주었다.


대학노트 크기의 큰 글자 책을 독서대에 올려놓고 한 페이지씩 넘기는데... 대박~!

활자가 크니 눈도 시원하고 페이지도 술술 잘  넘어가 책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이가 들었어도 책 속의 활자가 내 머릿속에 입력되자 내가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세계에 빠져 드는데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책을 통해 국경을 넘어 남녀노소의 다양한 삶을 살아 볼 수 있고 좋은 문장은 필사를 하다 보니 치매예방되는 것 같아  매일 접하는 TV나 유튜브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작은 글씨책을 노안에 눈 아프고 가까이 보려다 보니 허리 아프다고 멀리 했는데 이제는 큰 글자책 덕분에 책을 가까이할 수 있어 너무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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