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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Jun 22. 2021

난 경제공부 안해! 당신이 우리집 google 이니까.

워킹맘 이야기


작년부터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에 소득도 적지 않을 데, 왜 자산이 그대로일까?

왜 돈이 모이지 않는 걸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얻는 결론.



1. 경제 공부를 하지 않았다

2. 돈의 소중함을 몰랐다

3. 세상 물정을 너무도 몰랐다.



시작은 비슷했던 친구들이, 점점 재테크로 자산을 불려 나가면서 나는 점점 뒤처지고 있었다. 사실 친구들과 비교해서 나 스스로를 뒤처진다고 하면, 그것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이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리고 나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 20대 때 나는 1억 있으면, 힐스테이트를 살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경제에는 무지했다.결혼해서도, 대출이 있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맞벌이 소득이 적지 않았으므로, 돈의 궁핍함을 몰랐고, 돈을 아껴 쓰지 않았다.


명품을 사는 것도, 외제차를 끄는 것도, 그렇다고 대출이 나가는 것도 아닌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모은 돈이 없었다는 건 정말 기적이었다.




어찌어찌 아이 둘이 생기고, 삼교대 근무하기가 점점 버거워지면서 재테크의 생각이 간절해졌던 것 같다.

작년부터 신문을 읽기 시작했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주식, 부동 산책을 읽었고, 김승호 회장님의 돈의 속성 같은 마인드 책도 많이 읽었다.


시간이 갈수록 삼 교대가 너무 힘들고 특히 (나이트 근무), 내가 평생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더욱 간절하게 시작한 공부!



나이트 근무 한번 하고 오면 10년 늙는 느낌. 얼굴이 흑색이 되어 발을 질질 끌고 퇴근하는 나를 보면서, 더욱 마음이 빨라졌다.

매일 오전 아이들을 등원시키면, 매일 경제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부수입을 만들기 위해 블로그도 키워놨으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낮잠이라는 건 언제 자봤는지?? 손에 꼽을 정도로, 쉬는 날에는 무조건, 독서, 공부! 자기 계발!!

물론 이렇게 한다고 당장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 젊고 얼마든지 기회가 있기에,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신랑이 핸드폰 게임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보면 부부가 함께 투자 공부하고, 책도 돌려보고, 아내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남편들이 많다고..

(왜 그런 소리만 자꾸 들리는지)


" 다른 집 남편들은 부동산 임장도 다니고, 책도 읽고, 주식도 공부한다던데"


나는 어떻게든 부자 되고 싶어, 아등바등 없는 시간 쪼개에 공부하고, 자기계발하고 있는데, 우리 신랑은 ㅠㅠ

소파에 누워 잉여인간처럼

유머 투데인지 뭔지, 카페에 이상한 움짤들을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는 게 꼴 보기 싫어졌다.



"여보~ 매일경제 한 달에 2만 원 주고 구독하잖아요. 식탁에 올려둘 테니 같이 보자. 돈 아깝잖아"

"여보~ 이거 되게 유명한 책이래, 한번 보기만 해봐. 마인드가 달라질걸?"


소용없었다... 존댓말과 애교를 섞어 가며 설득을 해봐도 소용없음... 그 좋아하는 굽네 치킨을 시켜 주며 달라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자기를 그냥 내버려 두란다..




© brett_jordan, 출처 Unsplash


"여보 우리 집에서 당신이 구글이야! 난 당신만 믿을게"라며 빈둥거리는 신랑...


우리 집 고정지출과 일 년 지출 예산 표를 쫙 뽑아서 신랑에게 준 적이 있다.

보는 둥 마는 둥... 당신이 잘하니까 돈 관리는 당신이 알아서 해줘요~~ (또르르)


내가 우리 집 구글이란다. 나만 믿겠단다.

이게 말이냐 방귀냐.??


"여보 ~ 우리도 투자란 걸 해보는 건 어떨까? 이사 갈 때 여유자금이 조금 생기니 그걸로 해보는 건?"

"응 난 싫어. 그러다가 우리 집이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냥 가늘고 길게 살자. 안전하게 가자고"


ㅎㅎㅎ 안전하게 가잔다~ 그렇게 살면 평생 월급쟁이에서 못 벗어나! 우리의 노후를 아이들이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고. 그렇게 되길 원해??

하면서 싸웠던 기억도 있다.


얼마 전 쉬는 날, 스타벅스에 가서 4시간 동안 독서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랑도 같이 쉬는 날이었는데, 식탁 위에 먹었던 음식이 그대로 있고, 집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아침에 아이들 등원 때 벗어 놓은 옷이 그냥 내동댕이...


화가 나서 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티브이를 보며 누워있다.

화가 났지만 억누르며 말했다. 여보~ 치워놓지 그랬어. 에구구..


"여보~ 나도 투자나 해볼까??"

신랑이 대뜸 투자를 한단다. 이게 무슨 반가운 소리인가 싶어서 무슨 투자? 토끼 눈을 뜨고 물어봤다.





"응, 여기 티브이에 나오는 것처럼 강태공이 되는 거지. 낚시를 취미로 삼아서, 물고기를 잡아서 내다 파는 거야. 그게 투자 아니겠어?"


오마이 갓김치..


물고기를 잡아서 내다 팔겠다. 그게 투자란다.. 그게 뭐 엄연히 따지면 투자가 맡긴 하다만, 낚시하는 동안 난 독박 육아하라고.?? ㅋㅋ


그냥 우리 신랑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경제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지만 그보다 가진 장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다.

누구나 관심사가 다른 법.


예를 들어 나는.

주식과 돈벌이에는 관심이 많지만, 이상하리만큼 요리와 집 인테리어, 그리고 최신 기계에는 관심이 없다..

더불어 미용이나 피부 관리, 집청소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 없는 분야를 누군가 공부하라고 압박하면 굉장히 숨이 막히고 삶이 재미없을 것 같다.

가장의 무게가 얼마나 클까? 집에서라도 편히 쉬게 해주자.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다하게 해주자


다만, 애들 씻겨주고, 하원 시켜주고, 밀크티같이 해주는 조건으로 ㅎ


세상 착하고, 순수하며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랑꾼. !

그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양도세가 뭔지?

재산세는 얼마나 내는지?

우리 집 아파트의 시세가 얼마나 되는지?


이딴 거 몰라도 된다. 그냥 건강하고 씩씩한 자상한 아빠의 역할로 최선을 다해주길..



까짓 거 뭐~~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집에 ' google' 이되면 되는 거지 뭐.


여보 오늘도 나 대신 독박 육아하느라고

수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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