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는데, 인생에서 사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가 이사라고 한다.
이사? 응 그거~ 어차피 돈만 내면 이삿짐센터에서 다 해주잖아? 생각했다면 오산.
장난 아니다..... ㅋㅋㅋ
내일이 이사인데, 거의 한 달 동안을 버리고 비우고, 정리하고 나눔 하고 했던 것 같다.
애들 등원 -> 집 정리 -> 출근 -> 퇴근 이런 식의 반복.
게다가 평수를 좁혀서 가야 하기 때문에, 거의 반 이상은 버린 것 같다. 새로 이사 갈 집을 구했을 때는 마냥 새집이라서 참 좋았다.
그런데~ 집 계약을 하고, 신랑이랑 방 사이즈를 재려고, 목장갑+줄자를 가지고 새집에 갔던 날.
점점 웃음기가 사라지고,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여보, 여기 안방이, 예전 우리 집 애들 놀이방 보다 작네? 장롱도 안 들어가겠어.. 우리 짐 다 버리고 와야겠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살던 집은 국민 평수 30평대에 확장형이고 구조가 굉장히 잘 빠졌었다. 그래서 그 넓은 집을 살림으로 꽉 꽉 채우고 살았다. 아무래도 평수를 10평이나 줄여서 오다 보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그리고 느꼈다. 왜 나는 결국 돈 주고 버릴 물건들을 돈 주고 산 것인가? ㅋㅋㅋㅋㅋ
진짜 제발 이제, 감가상각 될만한 물건들은 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봄...
아주 그냥 시원 섭섭하다.
병원에 복직하면서, 아이를 친정에 맡기기 위해서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었다.
지금 이 집에서, 대부분 좋은 일들이 생겼던 것 같다. 아이 두 명을 아주 건강하게 출산했다. 만삭 때까지 일도 잘 다녔고, 배뚱뚱이가 애 낳기 전까지 운전도 아주 잘 하고 다녔다~ 애도 순풍순풍 몇 시간 만에 잘 낳았다.
이 집에 살면서, 청약도 당첨되고, 아이 둘도 건강하게 자라고, 진짜 뭐랄까? 참 고마운 집이다. 아무래도 이 집에는 좋은 기운이 가득해서, 다음에 들어오시는 분도 좋은 일만 가득할 듯...
식탁을 드림 해버리고, 마치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듯한 느낌으로, 2주를 지냈다.
식탁의 소중함을 정말 깨달았다. 집 정리가 안되니,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기에, 막판에는 그냥 포기하고, 이사 가서 정리하는 걸로. ㅋ
깨끗했던 우리 식탁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 사랑받고 있다. 무료 드림 했지만, 받은 분이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주셔서 정말 뿌듯했다.
" 아니 이 좋은 걸 그냥 준다고요? 5만 원 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식탁을 가지러 오신 용달 기사님께서 그러셨다. 왜 돈 받고 팔지 그냥 주냐고~
" 어차피 중고인데, 뭐 돈을 받나요~ 잘 쓰시면 되죠" 아주 그냥 혼자 천사인 척..... ㅎ
신랑이랑 이사전에 약속을 했었다.
"여보, 우리 나중에, 정말 우리 진짜 집으로 이사 갈 때 좋은 거 많이 사자. 지금은 돈 아껴야 하니까 최대한 새것은 사지 말자"
라고 다짐했건만, 고장 난 세탁기는 차마 고쳐 쓰기가 싫어서, 새것을 사기로 합의 보았다. 단 10년 쓰는 조건으로!!
새로 이사하는 집은 세탁실이 지금 집에 4분의 1도 안되는 크기라서, 건조기 세탁이 같이 넣을 공간이 없어서 세탁기는 버리고, 건조기는 친정집에 입양 시키기로 했다.
" 사장님~ 정말 바쁘시네요, 돈 많이 버시겠다. 그래도 쉬엄쉬엄 하세요"
건조기를 싣고 친정집으로 이동하는길에 용달 사장님과 짤막한 대화를 했다.
" 네 저 돈많이 벌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요. 나이드니 점점 힘에 부치네요, 어깨 다리 허리 안아픈곳이 없어요"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을 할수록 내 몸이 망가지는 아이러이한 상황..
마냥 사장님을 부러워 할수도 없었다. 이렇게 무거운 짐들을 도움 없이 혼자 나르시다니..
힘드실까봐, 옆에서 같이 들어드렸는데, 진짜 어깨 관절 뽑히는 줄 알았다. 얼마나 힘드실까~
또 결심했다.
"나는 몸으로 하는 일 말고, 시간적 자유를 누리면서, 돈을 벌수 있는..........꼭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어" 라는 다짐을 해보았다.
오늘 만 원이나 주고 버린 붕붕카
딱 한 번 탄 건데, 아쉽게도 충전하는 잭을 분실해서, 드림 할 수도 없고 그냥 버렸다.
경비실에 물으니, 버리는 비용은 만 원....... 물건을 버리는데도 만 원을 내야 하다니....
돈을 주고 물건을 샀는데, 버릴 때는 돈을 주고 버려야 하다니 참 아이러니... ㅜㅜ
이건 의류 함게 옷을 버리러 갔다가 주워온 신발. 상태도 정말 깨끗한데, 우리 큰딸 사이즈에 딱 이에서 주변 한번 쓱 둘러보고 바로 가져왔다.
예전 같았으면 말이다
" 누가 신던 거잖아, 괜히 부정타게, 남이 신던 거 가져오지 말고~ 그냥 새것 하나사주자, 4만 원이면 한 켤레 사잖아? 나 돈 벌잖아~"
했을 텐데.... 지금은 나의 마인드도 많이 바뀐 것 같다. 누가 볼까 얼른 주워 온걸 보면 ㅎㅎㅎㅎㅎ
이제부터 철저하게 아끼고, 모아야지, 애들 주식 사줘야지 ..ㅎㅎ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재테크 공부 시작하기 전 내 취미가 뭐였냐면..
다이소가 서 돈 쓰기였다.
다이소 가서 꼭 사는데, 수납 바구니, 이쁜 팬시용품, 지퍼팩....
그렇게 사 모으다 보니, 결국 저렇게 쌓였다. 저것도 그나마 반 정도 버리고, 저 정도 남은 거다.
재테크 공부를 하지 않고, 그냥 돈 쓰는 재미로 살았던 욜로족 시절, 내 마음이 허전하니 뭐라도 사지 않으면 안 됐었다. 그래서 단돈 천원 이천 원이라도 무언가를 사야 갈증이 풀렸었다.
일단 아까워서 가져가는 걸로 결정.. 비 오는 날 우산 안 가지고 가서, 편의점에서 하나씩 급하게 샀던 우산도 겁나 쌓였다... ㅋㅋㅋㅋㅋㅋ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남기기
결국 빨래는 못해서, 이대로 새집으로 가져갈 예정
이삿짐센터에서 흉보는 건 아닌지 몰라~
"이건 버리시려면 8000원 주셔야 해요"
경비아져씨가 말씀 하신다.. 가방을 버리는데 8000원이라니 이럴수가~
8년 전 신혼여행 때, 하와이를 갔었는데 500만 원을 환전해서 전부 쇼핑하는데 썼었다.
너무 쇼핑을 많이 한 나머지, 와이켈레 아웃렛에서, 여행 가방을 하나 살 정도였으니.. 그때 산 여행 가방, 구석에 처박아 뒀다가 창고 정리하면서 발견.
버리려고 했는데 8000원을 내야 한단다.... 충격.......
급하게 당근 마켓에 드림 글 올렸는데 10분도 안 돼서 우리 집 아파트 정문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내가 며칠 후에 중국에 가야 되는데, 딱 내 스타일이에요. 너무너무 이뻐요. 너무 고마워요. 그런데 빈손으로 와서 미안해요"
중국 아주머니가 오셔서 드림 받아 가심... 뭔가 흥미로웠던 상황.
여하튼 나는 드림을 하고, 8000원을 벌었다.^^
작은 평수답게, 세탁실도 참 작다. 원래는 엘지 워시 타워 사고 싶었으나, 삼성 제품이랑 100만 원 이상 차이 나길래 가격과 타협하고, 삼성 제품을 샀다.
내가 삼성 전자 주주인데, 삼성 것도 한 번씩 써줘야지.. 가전제품은 엘지라지만 ㅋㅋㅋ
뭔가 많이 산 것 같지만, 우리가 이사하면서 산 건 워시 타워, 식탁+소파 세트, 침대 매트리스 이렇게 딱 세 가지.
예전 같았으면, 진심으로.......... 냉장고 바꾸고, 티브이 겁나 큰 대형으로 바꾸고, 아마 대출 풀러 당겨서, 차도 바꿨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다 부질없소~ 겉모습이 화려한 것이 전부가 아니요...
빌라 2층, 아파트 저층에만 살다가 난생처음으로 20층 이상에 살아보게 되었다.
아직은 창문 쪽에 가기가 힘들다. 다리가 후 달거리고, 약간 멀미도 나면서, 어지럽다.
고층 살았던 우리 신랑은 아주 여유롭다.^^
촌사람이, 도시 고층 아파트 와서, 적응 안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어차피 이제 이사도 자주 다녀야 할 텐데, 침대 매트리스는 자리만 차지하고 사치인 것 같아서, 매트리스만 떨렁 3개 구입.
패밀리 침대는 가격도 비싸고, 부피가 너무 커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요즘에는 매트리스 아래 까는 나무판도 있다고 하니, 이사하고 정리되면 싼 것으로 하나 구입해야겠다.
음........... 유아용 옷걸이는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심지어 저 옷걸이에 아이들 옷이 다 걸려 있었다는 사실.
작년까지 아이들 옷을 수집가처럼 열광적으로 모으던 나, 새벽 2-3시까지 아마존 직구하고, 위메이프 핫딜에서 아이들 옷만 사들였던 나......
옷이 많아지니, 옷걸이도 늘어날 수밖에...
아이고 부질없다~ ㅋㅋ 옷걸이는 일단 차에 실어 놨고, 지인들 주기로 결정했다.
다시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니 다행이다
약 4시간의 마지막 정리를 끝마치고, 휑한 거실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이 사 준비로, 독서도, 신문도, 공부도 거의 못 했다.
이것도 합리화인가~?^^
사실 싱숭생숭하다. 이제 새집으로 이사 가면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미 질러는 놨는데 사실 앞이 캄캄하다.
"잘할 수 있을까?"
심각해졌다가, 또 기분 좋았다가를 반복.
얼마 전에 청라 갔다가 찍은 야경. 나는 어릴 때, 오래되고 좁은 빌라에 살았다. 18평 되는 작은 빌라에서, 다섯 명이 살았다.
그때는 몰랐다.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야경을 보면서 드는 생각.
나도 저런 집에 살 수 있겠지??
비록 지금 상황은 이렇지만, 비록 현실은 바쁜 워킹맘이지만, 꼭 경제적 자유를 누릴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내일 이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