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최소 몇 주, 혹은 몇 달전에 예약을 끝마치기에 여행 날짜의 날씨를 맞추기엔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필자 역시 최근 다녀온 휴가때 해당 지역의 날씨가 상당히 좋을 것이라 예보되었지만 막상 목적지 공항에 접근 절차를 수행하던 중 저고도에 깔린 구름층을 지나가게 되었고, 마지막에 상당한 바람까지 환영인사(?)를 해주는 덕분에 착륙시 꽤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착륙시 조종사가 일부러 펌랜딩을 하는 이유는 이전 글을 참고해주시면 고맙겠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날씨가 안좋은 경우에 비행기가 부서질 정도로 내리는게 맞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진 독자님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해본적은 없겠지만 조종사들에겐 생각보다
흔히 일어나는 Go Around (복행)에 대해 오늘은 얘기해보고자 한다.
복행은 매뉴얼에 "접근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항공기의 configuration과 power를 변경하면서 접근을 포기하는 운항승무원의 행위 자체를 일컫는 일반용어로 계기접근과 시계접근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되는 용어" 라고 나와있다. 비행에 관련 된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만 일반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항공기는 접근시에 Flap이라 부르는 고양력 발생 장치와 착륙을 위한 랜딩기어를 내리게 된다. 아마 관찰력이 좋은 분들은 날개 옆에 앉았을때 착륙과정에서 윙~ 하면서 날개의 뒷부분이 늘어나는 것을 본적이 있으실 것이다. 이를 Flap이라 부르며 이 장치를 이용해 저속에서 안정적으로 양력을 발생시키며 접근을 계속할 수 있게 되며, 착륙시에 랜딩기어로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는것인데 이러한 외장의 변형을 일반적으로 configuration이라 부르게 된다. Power는 당연히 출력을 의미하는 것인데 접근시엔 정해진 접근속도를 최대한 유지해서 저속으로 접근을 하기에 상승 및 순항시에 비해 적은 양의 파워가 들어가있다. 결국 이 두가지 요소를 접근 모드에서 이륙 모드로 변환시키면서 다시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Go around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작은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물론 여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며 필자가 학생조종사이던 시절 교관님들께서 가르쳐주시기엔 언제든 항공기가 안정되지 않고, 안전한 착륙을 하지 못할 것 같으면
Go around를 하라고 가르쳐주셨다. 사실 당시에는 비행에 대한 스킬도 부족했었고 흔히 말하는 쫄보였기에 필자는 뭐가 조금만 안맞는 것 같아도 Go around를 수행했었고, 부끄럽지만 착륙보다 Go around를
더 잘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에 이런 조작을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날씨와 Faulty approaches and Landings에 해당하는 것들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고생했던 이유는 Ballooning이라는 현상 때문이었는데, 이는 항공기가 접지구역에 들어와서 착륙 조작을 하던 도중 추력이 원래보다 더욱 많은 상황에서 조종간을 Landing pitch보다 더 들어버리면 항공기가 붕 하고 떠버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러한 경우 일시적 양력 증가로 인해 항공기가 붕 떴지만 추력은 최소화 되어있었기 때문에 자유낙하를 하게 되고 이러한 경우 무조건 Go around를 하게 되어있다. 이 외에도 Porposing, Floating같은 현상에서도 무조건 Go around를 하라고 학생 조종사 시절 배우는 책에 나와있다.
<Ballooning은 초보조종사에게 흔한 일이지만 굉장히 위험하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마주칠 수 있는 Go around 상황은 어떤 경우들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타고 다니는 여객기는 훈련기만큼 Landing pitch가 높지도 않고 여러 보조 시스템들이 있기 때문에 Ballooning과 같은 현상으로 Go around를 경험해 볼 기회는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두가지 이유에 의해 Go around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는 날씨와 관제사의 지시이다. 많은 분들께서 날씨야 그럴 수 있다치지만 관제사는 왜?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 간단한 예를 들자면 대기중인 항공기가 활주로를 침범하는 경우 (Runway Incursion), 착륙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지 못한 경우 등 여러가지 케이스가 존재한다.
<착륙 항공기가 접근하는 도중 활주로에 들어가는이러한 현상을 Runway Incursion이라한다.>
위의 사진과 같은 경우 활주로로 접근하는 항공기는 저속이기에 빠르게 활주로를 비워줄 수 없고 따라서 관제사는 접근하는 항공기에 Go around 지시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 접근 중인 항공기 조종사는 부글부글 끓겠고 활주로에 들어선 항공기의 조종사는 고난의 행군을 걸어야할 것 같으니 미리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해주자. 이 외에도 착륙한 항공기의 엔진 혹은 기어 고장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활주로를 비워줄 수 없는 경우 접근 중인 조종사는 다시 상승해 자기 순번을 기다리며 기다리게 된다.
다음 케이스는 여러분도 상당히 접하기 쉬운 케이스인데 바로 날씨 때문이다. 첫번째는 착륙을 위한 최저 시정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조작을 하게 된다. 안개가 엄청 짙게 낀 날이나 비 혹은 눈이 너무나도 많이 내려 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인데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계기비행하에서 계기접근절차를 따르기때문에 Decision Altitude/Height(결심고도)라는 지점에서 Runway Environment라는 활주로 식별물들을 확실히 눈으로 확보해야하고 이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Missed Approach라는 것을 해야한다. Missed Approach는 좀 더 복잡한 개념이지만 오늘의 주제는 Go around이니 쉽게 설명하자면 계기비행판 Go around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두번째는 항공기는 공중을 나는 기계이고 바람에 의해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수만피트 상공에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영향이 조금 덜하지만 접근중에 부는 바람은 특히나 위험하다. 조종사들이 접근중에 Stabilized Approach라는 항목이 있는데 바람이 많이 불게 된다면 접근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강률이 -1000fpm이 넘게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과도한 하강률과 많은 속도는 Nose gear부터 닿거나, 강하게 접지를 하게 되는 일, Floating으로 인한 Over run과 같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이러한 경우 unstabilized approach라 판단하여 조종사들은 과감히 접근을 포기하고 복행을 하여 다시 한번 시도하는 것이다.
<측풍이 심하게 부는 날 과도한 착륙은 이러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혹시 엄청 추운 겨울날 제주도에 가본 분들이 많으실진 모르겠다. 겨울철에 제주도에 가게 된다면 이런 Go around를 생각보다 자주하게 되는데 제주공항은 한라산을 측면에 두고 활주로가 바다쪽으로 나있기 때문에 1년내내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공항이며 특히 겨울철엔 한라산을 넘어오는 칼바람으로 인해 Windshear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공항이다. Windshear는 풍향과 풍속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항상 정풍을 받고 이착륙을 해야하는 항공기들에게 있어 급격한 풍향과 풍속의 변화는 컨트롤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접근경로에 windshear가 발생할 경우 Windshear 경보음이 조종실내에 울리게 되며 조종사는 Windshear! Go around라는 말과 함께 복행을 하도록 되어있다. 물론 Windshear의 경우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복행 후 다시 접근절차를 따르는 도중엔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이전에 김포국제공항에 접근 도중 Windshear를 경험해본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접근 경로를 안내하는 Flight Director가 태평양 파도 마냥 넘실거리고 조종간을 오락실 운전 게임하듯 마구 휘둘렀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조금 높은 고도에서 이를 경험했기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으나 항공기에서 내린 후 쌀쌀한 4월 오후였음에도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당시 기장님께서 "나중에 한 겨울철 제주가면 이정도는 진라면 순한맛이야~"라고 하시며 진라면 매운맛 라면을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이처럼 Go around 즉 복행에 대해 알아보았다. 최근 유튜브를 보다보면 Go around를 할 때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불안에 떠는 동영상을 종종 본 적이 있다. 물론 승객 입장에선 한번에 내리고 빨리 여행지 혹은 집으로 가면 좋겠지만, 조종사 입장에선 수백명의 승객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단 한명의 부상자도 발생시키지 않고 모두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고자 하기 위함이니 앞으로 항공기를 타면서 Go around를 경험하셔도 아~ 날씨가 좀 안좋구나~, 아 무슨 일이 있구나~ 하시며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조종사들의 노력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인생 역시 한번에 모든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럴때 Go around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준비해서 차분히 우리가 준비한 것을 다시 보여준다면 우리 인생도 어느 추운 겨울이지만 햇빛이 따가운 어느 공항 활주로의 비행기처럼 빛나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들 좋은 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