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방파일럿 Oct 04. 2023

진짜 꼭 비싼걸 타야해...?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만 필자 역시 승객으로 항공기를 탑승하다보면 최근 활성화 되어있는 LCC의 항공기들을 종종 탑승하곤 한다. 사실 장거리를 갈 때가 아니라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LCC들의 상승세가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것 같다. 하지만 종종 듣는 얘기가 있는데 "이 비행기는 왜 이렇게 흔들려?" "이래서 대한항공 같은데를 비싼값 주고도 타야해." 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 역시 FSC (Full Service Carrier, 우리나라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의미한다.)를 이용해 본 경험이 꽤나 많은데 이게 정말 사실일까?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첫번째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FSC와 LCC의 기종들에 대한 차이점이다. 무조건 FSC의 항공기들은 다들 최신형에 좋은 항공기일까? 이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LCC는 대부분 B737 기종 혹은 A320 기종을 사용하고 있다. B737을 운용하는 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있고 A320 기종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에어로케이항공에서 이용 중인 항공기이다.

<항공업계의 스테디셀러인 B737기종,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FSC에서는 어떤 항공기들을 주로 운용할까? 당연히 LCC에 비해선 기단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대표 대형항공기인 B747, B777, A380, A330 등 여러 종류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항공사들에선 LCC에서 운용하는 항공기를 운용하지 않나? 라는 질문을 가질 수 있는데 대한항공에선 현재 B737과 A321을 운용중이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과거에 B737항공기를 운용했었고 현재는 A320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필자의 선배, 친구들 중에서도 해당 항공사에서 해당 기종을 조종하는 조종사들이 여럿 존재한다.


그럼 여기서 생기는 질문은 왜 LCC에선 대형항공기를 운용하지 않는 것이죠? 라고 물어볼 수 있는데 이는 사실 항공사들의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LCC의 경우 기종의 단일화를 통해 조종사와 정비사, 객실승무원 등 비행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들의 훈련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조종사들과 정비사들은 담당하는 기종이 바뀔 경우 Type Rating이라 불리는 한정 면허를 새로 취득해야하는데 이를 취득하는 과정에는 돈과 시간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이러한 부분만 제외시켜도 인건비로 나가는 부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승객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FSC의 경우 장거리를 운항하는 항공기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해당 인원들이 기종 전환을 할 경우 짧게는 수개월의 시간 동안 전환 훈련이 필요하고 이러한 인건비의 규모 때문에 상대적으로 항공권이 조금 비싸질 수 있는 점이다. 결국 박리다매식 전략이냐 아니면 서비스를 좀 더 제공하며 물건을 제 값을 받고 파느냐의 차이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LCC에선 대형항공기가 한 대도 없는 건가요? 라고 또 한번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는 답을 할 수 있다. 사실 LCC의 시초인 미국의 항공사들에선 기종의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젠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Southwest항공이나 유럽의 Easyjet, Ryan air같은 곳은 현재도 B737 단일 기종으로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LCC들은 이러한 정통 LCC와는 좀 궤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는 내수 혹은 대륙내에서의 수요도 엄청나기에 단일 기종으로의 사업모델도 꽤나 성공적이지만 대한민국에서의 항공교통은 해외를 이어주는 수단이기에 약간의 사업모델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형항공기를 운항하는 대표 LCC인 티웨이항공의 A330, 이 역시 FSC에서 사용하는 기종이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티웨이항공은 최근부터 FSC에서도 사용하는 A330 기체를 여러대 도입하여 운항중이며 진에어 역시 전세계 인기 기종 중 하나인 B777 기종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즉 LCC라고 해서 무조건 싸고 오래 된 항공기만 운항하는 것이 아니고, FSC라고 무조건 최신의 큰 기종만 운항하는 것은 아니며 물론 기령이나 파생형 등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FSC와 LCC 둘 다 어느정도의 비슷한 기종들을 보유 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번째로 듣는 질문이 "조종사들의 실력이 너무 차이나서 그런거 아닌가요?" 라는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답을 하기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이는 조종사들의 출신 배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다라는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공군 출신 조종사들, 한국항공대학교, 한서대학교와 같은 민간 대학 출신 조종사들, 미국 유학 출신의 조종사들이 대표적인 인력 풀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군 출신들은 대한항공 아시아나만 간다! 미국 유학 출신들은 LCC만 간다 이런것이 아니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FSC와 LCC간의 이직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 LCC에서 경력 기장 혹은 경력 부기장으로 해외의 FSC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실제 필자의 선배 중 한명은 비행을 굉장히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으나 본인은 장거리 비행은 하기 싫다고 LCC를 간 선배도 있으며 필자와 같이 비행을 했던 몇몇 기장님들은 FSC에서 LCC로 옮겨오신 기장님들도 꽤 있었다. 또한 어느 회사든 항상 안전운항을 위해 1년에도 몇번씩 모의비행장치로 훈련을 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위한 신체검사를 통해 조종사들의 기량을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며칠 전 실제로 필자가 받았던 질문이다. 필자의 친구가 신혼여행을 갔는데 남편분이 "이래서 대한항공을 타야 해, 여기 타니까 가는 내내 비행기도 흔들리잖아, LCC는 고도를 낮게 날아서 더 흔들린데."라는 이야기를 친구한테 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야 넌 친구가 조종산데 그런것도 설명 안하고 뭐했어!!"하며 부들부들 했던 것은 안비밀이다. 사실 이는 위의 두 얘기와는 좀 다른 신선함이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내, 국외의 비행의 경우 고도배정에 있어서 FSC와 LCC는 차이가 없다. 필자 역시 항로에서 34000피트 36000피트 등 일반적인 순항고도에서 당연히 비행을 했다. 물론 공역의 교통량에 따라 고도 분리를 하는 경우는 존재한다. 이를 RVSM (Reduced Vertical Separation Minimum)이라 부르는데 이는 1000ft간의 마진을 두어 교통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지 LCC는 저고도에서만 비행해! 라고 만들어놓은 제도가 아니다.


<오른쪽 계기에 보이는 Sqaull Line이 터뷸런스의 원인이었다.>


결국 필자는 친구에게 답을 찾고자 "신혼 여행 어디로 갔는데? 내리니까 그 날 날씨 어땠어?" 와 같은 질문을 하며 셜록 홈즈와 같은 추리를 했고, 결국 찾아낸 답은 친구가 갔던 여행지는 동남아시아의 한 도시였고 해당 지역이 우기였기 때문에 TS라 부르는 Thunderstorm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었으며 이 TS가 길게 뻗은 Squall line을 회피하려는 과정에서 터뷸런스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 SQ라 불리는 Sqaull line은 길이만 수백키로에 높이도 상당하기에 미리 회피기동을 해야하며 TS 자체가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강력한 터뷸런스를 발생시키기에 비행 중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 중 하나이다.


오늘은 이렇게 FSC와 LCC의 차이점에 대해 적어보았다. 물론 필자의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이런 오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굉장히 장황하게 적어놓은 것 같지만 결론은 단거리를 가는 경우라면 기종은 거의 똑같으며 해당 업무를 하는 모든 항공종사자들은 누구보다도 나를 믿고 탑승해준 승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명절도 지나갔고 본격적인 가을이 다가왔다. 얼마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에는 FSC니 LCC니 따지지말고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더 아끼는 사람들과 항공기를 타고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자 그럼 이번 한 주도 다들 화이팅하며 Have a safe flight!

작가의 이전글 나 다시 돌아갈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