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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파일럿 Jun 16. 2020

기장님 랜딩 좀 살살 해주시면 안될까요...?

흔히들 조종사라는 직업을 밝히면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가  “실력 좋은 기장님이 조종하는 비행기는 착륙할 때 스무스한데, 실력이 나쁜 기장님이 조종하는 비행기는 착륙을 너무 거칠게 해요.”라는 말이다. 필자도 승객으로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꽤나 많기에 가끔 하드랜딩을 하는 날은 한 번씩 심장이 철렁하는 날도 있다. 실제로 2016년에 대학 선배들과 제주도를 방문하였을 땐 너무 강하게 접지를 하여 “이 비행기 뒤집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그 날은 B747 항공기가 내리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었고, 비행을 배우고 난 지금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말이다. 또한 어느 날은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을 하는데 너무 강력하게 접지를 하고 Reverse Thrust (항공기의 제동을 위하여 엔진의 추진력을 역분사 하는 동작)을 강하게 작동시켜 선반에 있던 짐들이 앞쪽으로 밀려나갔던 기억도 있다. 그렇다면 그 날 필자가 탄 항공기의 기장님들이나 독자 여러분들이 탔던 비행기의 기장님은 정말 실력이 나쁜 기장님들일까? 오늘은 그 사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항상 이렇게 스무스한 랜딩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랜딩에는 하드랜딩과 소프트랜딩이 있다.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하드랜딩이 아니고 펌랜딩 (Firm Landing)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 펌랜딩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항공기가 지면에 강하게 접지를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반대로 소프트랜딩은 정말 스무스하게 바퀴가 닿았는지 안닿았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하는 랜딩을 소프트랜딩이라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조종사들 역시 소프트랜딩을 선호한다. 소프트랜딩을 하게 되면 승객의 컴플레인이 없는 것은 물론, 항공기 기체의 구조적 문제 역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랜딩시에 2.0G 이상의 하중이 걸리면 항공기의 랜딩기어 및 다른 부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비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조종사도 그렇게 랜딩을 한 이유에 대해 회사에 설명을 해야 하고 적절한 조치가 아닌 경우라면 골치가 아파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항상 소프트랜딩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다면 왜 펌랜딩을 하는 것일까? 진짜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정답부터 얘기해보자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있기에 평소보다 조작이 거칠 수는 있지만, 해당 기종을 조종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터를 타서 연습하고 비행시간이 수천 시간이 되는 조종사들은 랜딩을 정말 기계적으로 잘한다. 심지어 항공사에 처음 입사를 하면 처음부터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기간 동안 해당 기종에 대해 공부하고 시뮬레이터를 타며 실제 비행을 하며 교관 기장에게 평가를 받은 다음에 해당 조종사가 이 항공기를 운항하는데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오면 그때부터 정식 부기장으로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흔히 부기장은 실력이 기장보다 부족하고 모든 조작은 기장님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부기장도 기장님의 허락하에 이륙과 착륙을 직접 수행하게 된다. 그 뜻은 부기장 역시 승객 수백 명의 목숨과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질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자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서 펌랜딩을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펌랜딩의 목적은 항공기와 지면의 마찰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항공기가 착륙할 당시엔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를 짧은 시간에 지면과 닿는 면적을 넓게 만든다면 운동에너지가 사라지는데 시간이 더욱 짧아질 것이고, 이는 위치에너지로 전환되어서 항공기를 제동 하는데 더욱 효율적이다. 이런 펌랜딩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비 혹은 눈으로 인해 활주로가 미끄러운 경우 등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 수행하게 된다. 항공기의 경우 맞바람을 받으면서 이륙하고 착륙을 하게 된다. 특히 착륙 시에 배풍(뒷바람)은 더욱 위험한데 이는 항공기를 뒤에서 밀어주기에 항공기의 강하율이 떨어지게 되고 이러한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는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에 항공기는 대부분 맞바람을 받으며 착륙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관제사가 알아서 항공기를 정풍(맞바람) 요소가 조금이라도 큰 활주로 방향으로 유도를 해주기에 뒷바람을 받으며 착륙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하나 이착륙에 큰 영향을 주는 바람은 측풍(옆바람)이다. 사실 배풍 같은 경우는 활주로의 방향에 따라 정풍으로 전환을 할 수 있기에 만나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측풍은 자주 만나게 되는 위험한 복병 중 하나이다. 강력한 측풍의 경우 항공기를 활주로 바깥으로 밀려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는 어마 무시한 녀석들이다. 따라서 측풍이 강하게 부는 날 역시 펌 랜딩을 하여 최대한 빠르게 항공기가 지면과 닿을 수 있도록 조작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지면에 붙어있는 항공기는 공중에 떠있을 때보다 측풍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측풍으로 인해 크랩 랜딩을 하고 있다. 사실 강한 측풍은 베테랑 조종사들도 항상 긴장을 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그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활주로의 노면 상태이다. 실제로 조종사들은 활주로의 노면 상태를 dry, wet, contaminated 등등 여러 단계로 구분을 하는데 이는 활주로의 노면상태에 따라 제동력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동차에 비유해 생각해본다면 메마른 아스팔트에서 제동을 하는 것과, 비 혹은 눈에 젖어있는 도로에서 제동을 하는 것은 제동거리의 차이가 커진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엔 도로가 길고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비교적 제동을 쉽게 할 수 있는데, 항공기의 경우엔 활주로가 유한하고 무게가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이러한 활주로에서 소프트랜딩을 하게 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마찰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일부러 항공기를 강하게 접지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동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유리해지기에 조종사들도 싫지만 안전을 위해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펌 랜딩의 이유는 승객 여러분들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상황 들일 것이다. 흔히 조종훈련생 시절에 일어나는 경우인데 Faulty Approaches andLandings라는 항목들이 있다. 이는 접근 및 착륙 시에 조작 미숙으로 인해 일어나는 상황들을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인 경험상 Ballooning이라는 현상이 일어난 경우 지면과 가장 강력하게 충돌했던 기억이 있다. 이 Ballooning은 항공기가 활주로 위에서 착륙 조작을 할 때, 항공기의 조종간을 갑자기 너무 급격히 높이 들어서 항공기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한다. 착륙 시에는 파워가 최소화되어있기 때문에 항공기는 잠깐 상승을 하지만 이내 추력이 없기 때문에 자유낙하를 하는 것이다. 숙련된 교관 조종사들의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파워를 조금씩 넣어서 항공기를 끌고 가는 조작을 하는데 처음 비행을 배우는 학생조종사들의 경우 이런 조작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Go around(복행)을 하라고 교육받는다.


그렇다면 소프트랜딩을 하기 위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을까? 사실 펌랜딩을 하기 위한 조건들이 아니면 대부분 소프트랜딩을 하고 싶어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람이 없는 경우. 특히나 Wind Calm이라고 불리는 경우, 이는 무풍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일반적으로 1 kts미만의 바람이 부는 경우를 무풍 상태라고 한다. 바람 한점 없이 잔잔한 날에는 항공기의 착륙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조종사들도 마음 놓고 부드럽게 착륙 조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활주로가 습기나 기타 물질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에도 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바람이 강하면 힘들겠지만 무풍 상태에 날씨 좋은 날이라면 충분히 시도를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했던 경우는 사실 여객기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경우이다. 저런 경우를 봤다면 그 날 복권을 사도 될 정도로 드문 현상이기에 크게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오늘은 항공기가 지면에 강하게 부딪히는 펌랜딩에 대해 알아봤다. 사실 조종사들도 사람인지라 항상 소프트랜딩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생사 그렇듯 언제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는 거니까. 우리네 인생도 좋은 날이 있고 힘든 날이 있는 것처럼 비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구나 좋은 일만 있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도 지루하지 않을까? 가끔 한 번씩 벌어지는 힘든 일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인생과 비행의 공통점인 것 같다. 자 물론 펌랜딩을 하면 허리도 아프고 관절도 쑤시고 아이고 나 죽네~ 라는 소리가 나오지만! 앞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경우 조금 강하게 착륙을 해도 조종사의 실력이 아닌 날씨의 문제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Take off is optional, Landing is mandatory”라는 말이 있다. 이륙은 조건부이지만 착륙은 필수라는 말이다. 모진 날씨에도 우리를 위해 안전하게 착륙을 한 조종사들을 마음속으로 한 번쯤은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자 그러면 오늘도 모두들 안비 즐비! Have a safe 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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