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없이 많은 문제와 부딪친다. 애써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 반면에, 외면할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고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곤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고, 또 누군가는 끝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문제와 부딪친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무엇일까?
'문제인식' 이 당연히 먼저 아닐까.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파악하는 것, 그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떠한 경우엔 대게 정확한 문제인식보다는 솔루션에 먼저 초점이 맞춰진 솔루션을 위한 문제인식이 자주 행해지곤 한다.
순서가 뒤바뀐 잘못된 경우인데, 이런 오류로인해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지속되거나 문제가 확대되기도 한다.
종종 스타트업관련 이벤트에 참석하곤 하는데, 이 때 예비창업가 또는 기창업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본인의 창업 아이템을 위해 문제가 아닌 문제를 문제라고 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들의 특징은 문제에서 출발한 창업이 아닌, 창업 자체가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창업을 위한 아이템 설정 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이 아이템이 솔루션이 될만한 상황을 찾아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해당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분들과는 깊이 있는 토론이나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에 대한 이야기보다 늘 '사업'이라고 포장하는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길다.)
지난 봄에 만나본 예비창업가 한 분은 "현재 또는 잠재적 경쟁자가 누구라고 생각되나" 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두 팔로 가로저으며, "없다." 라고 하였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그 분 말씀대로 해당 아이템에 대한 경쟁자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경쟁자가 없을 아이템이라면 그 일이 필요한 이유라도 명확해야 하지않을까. 그러나 그 분은 왜 이 일을 준비하는지 설명조차 하지 않으셨다.
아직 씨드머니를 유치하지 못해 실리콘밸리와 한국을 계속 왔다갔다하고 계시다는데 과연 일을 제대로 시작하실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얼마전까지 쿠팡에 근무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의 <나는 쿠팡과 작별했다>라는 글이 화재다.
본문의 한 단락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얼마 전 쿠팡에서는 급여일 오후에 월급이 입금되는 일이 있었다. 평소에는 오전에 들어오다가 그 날은 조금 늦어졌다. 정오가 지나면서 블라인드(회사별 익명게시판 앱)에는 왜 월급이 들어오지 않느냐는 불만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회사에 돈이 없다더라'는 루머가 잠시 돌기도 했다.
이 단락에서 단순하게 문제를 찾고자 한다면, 그저 '급여 지급 시간이 지연된 것'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뒤의 내용을 더 읽어보자.
사실 어찌되었든 급여일에 월급이 들어왔으니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직원 중 일부가 '오전 중 월급 수령'에 이상하게 집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에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던 회사라면, 그래서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했더라면 과연 입금 몇 시간 늦어지는 것에 그렇게까지 동요했을까.
더불어 소통 부족은 '동기의 상실'까지도 확대된다.
언젠가부터 쿠팡은 우리가 얼만큼의 성과를 냈고 앞으로 얼만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유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외비가 직원의 입을 통해 언론으로 새나가는 게 무서웠던 것일까.
그렇다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판단이다.
가뜩이나 빠르게 변하는 쿠팡과 같은 곳에서는 내가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지금은 어떤 지점에 있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와 회사의 현위치와 목표지점을 정확히 알아야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열정을 다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내게 주어진 일만 잘 하면 그만인 것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에 해당하는 말이다.
쿠팡은 아직까지 그런 단계가 아닐뿐더러, 리더십원칙을 통해 '내 일을 넘어선 일도 할 줄 아는' 오너십을 강조하면서 직원이 오너십을 가질 환경을 만드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지금까지 쿠팡의 성장을 이끌어온 이들은 타의에 의해 야근을 자처하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가며 열정을 불사른 것이 아니다. 뭔가 해내겠다는 각자의 자발적 의지와 치열한 노력이 모여 지금의 쿠팡을 만들었고, 그것은 직원들에게 비전을 알리고 공감시키려 했던 적극적 소통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직도 '급여 지급 지연'이 문제라고 생각되는가
지연된 급여는 이체되며 해결되었지만, 결국 글쓴이는 쿠팡을 떠났다고 한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곧바로 도출하기 전에 "왜 문제가 발생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급한 불 끄는듯한 일시적인 해결책이 아닌 문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면 말이다.
다시 <나는 쿠팡과 작별했다>라는 글로 돌아가면, 쿠팡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아마 글쓴이는 쿠팡과 작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필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복잡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론 단순한 방법이 솔루션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에서만큼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찾았다면,
문제를 인지했다면,
거기에서 질문을 한 번만 더 해보자.
그것이 왜 발생하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