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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Oct 30. 2019

여자친구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왔다.

지난주에 본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7일만에 BEP(관객 160만)를 넘었다고 한다. 기념으로 리뷰를 공유한다.


리뷰에 앞서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리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감상한 관점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면, 느끼는 바가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소설을 읽은 바 있다. 사실 공대생인 나는 소설과 같은 문학책보다 비문학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장르였다. 그럼에도 이 책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지난해 이런 질문을 받은 적 있다.


"남자인데, 왜 페미니스트세요?
왜 페미니즘을 지지하세요?"


우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종을 구분하지 않으면서도 페미니즘 앞에선 성별을 구분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우리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고증하기도 한다.




솔직히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공감했느냐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내가 겪지 않은 경험에 대해 공감했다고 한다면, 거짓말 아닐까? 그럼에도 흡입력이 높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던건 내 환경덕분이었다.


아버지쪽 집안은 매우 보수적인 집안이다. 사실 이런 표현을 할 때 '보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과연 올바른 표현인가 싶지만, 아무튼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아버지쪽 집에 가서 겪은 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왔고, 그 때의 어린 나의 시선에도 '이상한 기억'들 몇 가지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그 때의 그 이상한 기억들이 회상되었고, 소설을 읽은 직후엔 내가 왜 그 때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기억들은 '이상한 기억'이 아닌 '나쁜 기억'으로 카테고리를 변경했다.




이제 진짜 영화에 대한 리뷰를 적어 내려가겠다.


사실 소설을 워낙 흥미롭게 읽어둔 터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고, 이를 위해서 영화화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영화화 소식을 듣고 반가웠지만, 곧바로 반가움은 걱정으로 바뀌었는데, 내가 생각한 영화 장르가 독립 영화였던 것에 비해 <82년생 김지영>이 주류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상업영화로 제작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상업 영화는 아무래도 초기 제작비도 많이 발생하고, 이 제작비 회수를 위해서라도 상업성을 위해 원작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각색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혹시나 이러한 과정에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거나 각색에 실패해서 원작에도 피해를 입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솔직히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내 걱정은 기우였음을 확인했다. 각색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때 매우 훌륭한 장치였다고 생각할만큼 좋은 각색이었다. (내가 이런 평가를 하려니 민망하다... 그냥 주관으로만 들어주시길)


원작과 달리 김지영에게 다른 설정이 부여되었고, 가족으로 등장하는 인물에도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남편이었는데, 원작인 소설에서 정대현이 철저한 방관자였던 것에 비해 영화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대현으로 인물이 각색되었다.


원작에서처럼 영화는 김지영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그래서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이라는 캐릭터를 유의깊게 보려고했다. 어쩌면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대현의 행동이 아내 김지영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가 궁금했다.


정대현은 아내를 꽤나 사랑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걱정하는 다정한 남편이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정대현같은 남편을 둔 김지영을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을만큼. 그러나 감독의 의도는 정대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 남성의 한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였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래를 더 읽어봐주시기를 바란다.


정대현은 거실에서 아이를 돌보는 정유미를 지켜보며 걱정스러워했지만, 식탁부엌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걱정할 뿐이었다. 정유미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할 때에 정대현은 또 다시 걱정스러워하며, 병원을 가볼 것을 당부했지만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김지영이 가정 일을 하는 동안 둘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철저히 분리되어있었다. 너무 익숙한 구도다보니 남성은 물론이거니와 여성조차 이 구도를 의식적으로 보지못하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


2세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씬에서 정대현은 “내가 많이 도와줄게”라는 말로 육아의 책임을 김지영에게 돌렸다. 원래는 김지영의 일이지만, 착한 내가 도와주겠다는.. 뭐 그런 맥락..?

이후 이는 현실이 되었고, 김지영은 경력 재개를 앞두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남편(정대현)에게 “나만 전쟁이다.” 라는 대사를 함으로써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꼬집는다.


영화 속에서 정대현은 다정하게 아내 김지영을 걱정하지만, 자신이 입을 티셔츠가 어디있는지도 모를만큼 가정일에는 외면하는 보편적인 한국사회 남성일뿐이었다.


영화 이야기는 여기까지.




영화가 끝나고 ‘내가 정말 좋은 반려자가 될 수 있을까 (자격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면, 그 때는 '나도 경제력이 충분하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내가 아이를 갖고싶으니까', '나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까' 가 아니라 이 질문에 확신을 갖고 YES라고 대답할 수 있을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는 결혼을 생각중인, 앞두고 있는 모든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가져야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원작의 소설보다 완곡하게 이야기한다.

김지영이라는 인물은
이토록 '좋은 남편'과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불평등으로 인해
이러한 고충을 겪고있다고.
그리고 김지영은
당신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이 영화에 대해 중앙일보 기자님들이 분석한 팟캐스트 에피소드가 있어 첨부한다. 영화를 이미 감상한 분들, 그리고 이 영화를 곧 볼 예정인분들 모두가 한 번 들어보면 좋을 에피소드이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10/clips/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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