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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카즈베기 룸스호텔에서 프로메테우스 생각하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거대한 산 앞에서

by 세상에없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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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 윤동주 / 간 』



드디어 도착했다. 조지아 여행에서 가장 설렜던 그곳 카즈베기. 카즈베기는 조지아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조지아를 신화의 나라라고 불리게 한 곳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건네준 죄로 형벌은 받은 산이 바로 이 카즈벡 산이다. 신화를 읽을 땐 단순히 돌산으로만 알았던 그곳. 하지만 당도한 카즈베기는 압도적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꼭대기는 여름이 되어도 녹지 않는 만년설이 세월을 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밑에는 그 유명한 성 삼위일체 성당이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가득한 이곳은 실제로 겨울철 눈이 조금이라도 많이 내리면 고립되는 것이 일상인 곳이다.


이런 카즈베기는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히도 관광자원 개발이 거의 안되어 있다. 변변한 호텔도 없어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물론 저가형 게스트하우스는 좀 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식당도 많이 없기에 끼니 해결도 어렵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카즈베기 최고의 호텔, '룸스호텔'에서 과감하게 1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왜 룸스호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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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베기 룸스호텔은 4성급 호텔이다. 이름값만 생각했을 땐 당연히 5성급을 생각했지만.. 조지아에서 이 정도 호텔을 만나는 것은 수도인 트빌리시가 아닌 이상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즈베기를 찾는 사람들이 룸스호텔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뷰' 때문이다. 카즈베기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1층 데크 공간은 카즈베기에서 유일하게 붐비는 곳이다.


나는 비교적 비성수기인 3월에 방문했던지라 와인 한잔하며 산맥을 감상할 자리는 넉넉한 편이었다. 물론 조지아를 찾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술에 취해 신나게 떠들어 조용함을 즐기긴 어려웠지만 말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룸스호텔 숙박자들이 아니더라도 식당만 이용하며 이 데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숙박객만 이용 가능하다는 풍문을 들었다. (확실한 내용은 아니니 추후 여행 계획이 있다면 커뮤니티 등을 체크해 보자)



전망 좋은 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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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숙박이었지만 비수기였기에 객실에 여유는 있는 편이었다. 상위 객실/일반 객실. 심플하게 나눈 객실 타입 덕에 선택의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나는 당연히 일반 객실을 택했다. 하나 중요한 것은 객실의 뷰다. 프론트 뷰가 뒷 산 뷰보다 20~30%정도 더 비싼데 이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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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은 따뜻한 느낌의 나무 바닥이기에 맨발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들도 불편함이 없었다. 워낙 호텔 자체가 난방을 강하게 틀어 놓았기에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밤엔 더울 지경이었다. 객실마다 테라스 공간이 있어 굳이 1층을 나가지 않더라도 아래 사진과 같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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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게 내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프론트 뷰를 택한 이유다. 때때로 구름에 가려지긴 하지만 저 멀리 성 삼위일체 성당도 보인다. 참고로 저 성당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에 트래킹을 즐기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투어 상품을 이용하길 권한다.


패키지 여행자라면 여행사의 코스를 따르면 된다. 만일 자유여행자라면 호텔에서 4륜 구동 차량 상품을 연계해주니 리셉션에 문의하면 된다. 성 삼위일체 성당까지 가는 길은 눈이 많이 내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진행이 불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조지아 여행의 성수기는 6~8월 여름철인 것이다.



전문 빵집 부럽지 않은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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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음식은 짜거나 짰다. 혹시나 싱거운 음식일까 했는데 짰다. 샐러드도 짜고 물도 짠 느낌이다. 삼투압 현상으로 몸이 지칠 때쯤 룸스호텔에서 정상적인 음식을 찾아냈다. 조식에 나온 다양한 종류의 빵이 나를 기쁘게 했다. 위에서 말했듯 카즈베기 지역(스테판츠민다)는 마땅한 식사 장소가 없어 룸스호텔에서 조/중/석식을 모두 해결했다.


점심엔 샌드위치, 저녁엔 와인과 스테이크. 모두 입맛에 맞아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염도 높은 음식에 트라우마를 가진 나는 룸스호텔 직원에게 현지어로 말했다. "나끌레바드 마릴리아니" 소금 좀 덜 넣어달라는 뜻이다. 조지아어 회화 필수 단어를 볼 때 꽤나 중요하다고 표시되었기에 재미 삼아 외운 이 문장을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가마르조바'만큼이나 많이 쓸 줄이야.




다시 가도 룸스호텔
98 아웃.jpg 룸스호텔에서 귀여움을 담당하는 허스키 '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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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베기를 빠져나오며 다시 구다우리 스키리조트로 향할 때 여름 시즌에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비록 직항편도 없어 방문하기 어려운 조지아지만 나에겐 북미대륙만큼이나 감동을 안겨준 국가다. 특히 지금도 어디선가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있을 것 같은 카즈벡 산은 나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한국에 도착해 가끔 와인을 마시면 달콤하게 혀 뒤를 감싸는 조지아 와인이 그립곤 한다. 다시 룸스호텔, 다시 카즈벡에 당도하면 데크에 앉아 푸른 카즈벡 산을 바라보면서 와인을 즐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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