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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Oct 28. 2022

집 안의 하이에나

나는 늘 배고프다.

하이에나 엄마가 되어 버렸다. 되기 싫었던 엄마 유형  하나인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아침에 애들이 먹다가 남기고  밥은 나의 점심밥이 되고, 저녁에 먹다 남은 반찬은 다음날 점심 반찬이 되기도 하고, 그때 내가 먹을 반찬이 된다.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다. 음쓰통에 고민 1도 없이 버렸는데, 직접 해 먹는 음식이 늘어나니 변했다. 음식쓰레기 처리에 애 먹는 사람들과 지구에 미안하고, 음식 만든 공을 생각하니 아까워서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으레 밥과 반찬이 남을 거라 가정하고 준비하는 음식 양을 줄였다. 그러다가 남긴 음식이 없으면 내가 배를 쫄쫄 굶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문제다. 뭐 쫄쫄 굶는다는 건 오바인데, 배 부르게 먹지 못해서 혹은 점심때 먹을 게 없어서 주전부리나 라면으로 배고픔을 달래게 된다. 그래서 하이에나처럼 밥을 잘 먹는 아이들 앞에 앉아서 숟가락을 든 채로, “그거 다 먹을 거야? 다 먹을 수 있겠어?”라고 물으며 계속 눈치를 준다. 내가 먹을 몫을 지키기 위해서.


그냥 시원하게 손 크게 음식 장만해서 넉넉하게 먹으면 되는데, 한번 쪼그라든 손이 쉽게 커지지가 않는다. 아니면 점심때 밥을 새로 맛있게 차려서 잘 먹으면 되는데, 나 혼자 먹자고 일 벌이는 건 너무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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