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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Nov 15. 2022

내리사랑의 값을 매길 수 있을까

공짜가 아닌 건 확실함




엄마는  김치  담가?”

“그야 엄마는 앞으로도 김장 안 할 거니깐 시작도 안 하지.”


김장철이 되었다. 올해도 양가에서 김치를 받아먹는다. 딸은 할머니 김치가 없으면 김치를 못 먹게 될까 봐 벌써 걱정한다. 말로 차마 꺼낼 수 없는 그런 상황을 맞게 되면, 그리워하게 될 손맛을 벌써 생각하는 듯하다. 나도 물론 두렵다. 아주 먼 훗날의 일로서 그려보기만 한다.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맛있는 김치를 찾아 헤매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그런데 아이에게 김치는 사 먹는 게 아니라 할머니들이 만들어서 주시는 것이라고 각인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언젠가는 김장을 하게 될 것이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도 그 김치를 먹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눈치다. 그래서 내게 김치를 만들지 않느냐고 물었겠지.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다. 그 어마어마한 일들을 감당하고, 그 손맛을 낼 자신이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김장이란 단어를 내 머릿속에 넣지 않았는데…….


친정이나 시가에서 올 때면 이런저런 반찬과 야채들로 트렁크가 꽉 찬다. 절대 빈 손으로 보내지 않으시는 양가 부모님들. 나는 솔직히 내 딸들에게 이만큼 베풀 자신이 없다. 차라리 손에 돈을 쥐어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하루는 아이가 이렇게 물었다. “엄마는 내가 커서 집에 오면 할머니처럼 음식 안 챙겨줄 거야?” 이 말을 듣고 난 이후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들에게 자식 사랑은 ‘양손에 가득 쥐어준 음식’이다. 내 아이들도 그런 사랑을 기대하고 있다. 양가 부모님들이 보여주신 사랑에 값을 매길 순 없지만, 공짜가 아님은 확실하다. 단순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오기만 했는데, 아이들이 보고 기대감을 키우면서 대를 이어 전해져야 할 무엇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코……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곧 아이 등쌀에 김장한다는 말이 나오게 될 것만 같다. 이제 ‘김장’이란 단어가 내 머릿속에 들어갈 때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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