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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초 Jan 24. 2023

집이 갖고 싶다.

#청년매입임대_실패담

집이 갖고 싶다. 

나는 지금은 외가 쪽 친척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머물기도 미안할 뿐만 아니라 취직처가 이 지역에는 많지 않아서 수도권에 취직을 하고 그 핑계로 집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벌써 1년이 갔다. 친척에게 폐가 되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했고, 면접을 갈 때마다 

 "집이 여기서 먼데, 어떻게 출근할 생각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거나 우대조건에 쓰인

 "인근 거주 우대"라는 문구를 멍하니 쳐다볼 때마다 속이 쓰리기도 해서 빚이라도 낼 각오를 하고 올해 처음 청년매입임대 청약을 신청해 보았다. 나는 취준생 3순위, 무직, 가진 재산 없음, 건강보험 별도 납부 중이었지만 가점은 하나도 받지 못하고 실패했다. 가점을 받을 만한 목록을 쭉 살폈지만 내가 받을만한 게 없었다.


"본인과 부모의 월평균 소득", 일단 나는 아버지의 소득도 몰랐고 소득을 안다고 해도 제출할 서류 중에 양쪽 부모 모두의 서명이 필요했다. 서명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타 지역가점을 받으려 해도 아버지가 어디 사는지도 몰랐다.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알 수 있듯이, 자녀도 부모의 등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3순위 0 가점"으로 서류심사까지 간 지역도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 나는 서류심사까지도 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집을 갖는 건 왜 이렇게 힘든 일인 걸까.

내 집이 없어서 겪는 답답함에 마주할 때마다, 삶이 바다 위의 조각배 같다.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안정된 닻이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보는 게 조금 힘이 든다. 정말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조금이나마 있으면 좋겠다. 물론 그 확신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다.

사람들은 어떻게 일상을 만들어가는 걸까? 

어떻게 불안정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 끝이 없는 구멍 속에서도 바닥을 찾아 짚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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