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강물이 흐르는 것은
가치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하늘 아래 우뚝 불뚝 솟구쳐 오른
산봉우리, 애써 고개 들어 개의치 않고
바짝 말라버린 밑바닥의 굴곡 따라
호수가 되고 바다를 이룬다.
강물이 흐르는 것은
형평을 이루기 위함이다.
세파에 일그러진 바닥을 끌어안으며
굳이 낮은 곳으로 흘러 내려가
태양 아래 어느 누구의 눈높이도
모나거나 처지지 않도록 수평을 이룬다.
강물이 흐르는 것은
존엄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하늘 향해 솟아오른 기암괴석의 봉우리
그 아래 저만치에서 반짝이는 은파는
팽개쳐 버려진 돌멩이들의 합창이고
차별 없이 빛을 비추는 화광동진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