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65화
어쩔 수가 없다. 사랑할 수밖에. 발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잔인한 아름다움. 완벽을 허락하지 않는 이 예술. 인간이 인간됨을 거슬러, 천상에 닿으려는 확장과 균형, 비율의 예술.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거라고 믿는다.
발레는 또 인생과도 닮아서, 바닥을 딛고 내가 내 중심과 코어를 잡는 게 핵심이다. 덜 불완벽하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는 날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발레 클래스에서 매번 배운다. 최근 김광현 선생님의 명언처럼.
센터워크에서 아티튀드 프로미나드, 즉 한 다리는 꺾어서 들어올리고 축다리로 중심을 잡으며 한 바퀴를 도는, 순서를 내신 뒤 주신 코렉션.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 자신이 없어요. 불안해요 그러니까 불필요한 함을 주세 되고, 그러니 더 흔들려요. 그럼 안 됩니다. 먼저 자신이 서있는 곳을 믿어요. 그리고 다리를 높이 들지 않아도 되니까, 코어를 중심으로 확장하세요." (케이발레스튜디오 김광현 선생님)
내가 서있는 바닥을 느끼고, 믿고, 그걸 토대로 내 코어를 느끼고, 믿고, 중심을 만들어 확장해나가는 것.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다리를 높게 들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긴 바가노바 시험장이 아니고, 마린스키 오디션 장도 아니고, 모스크바 발레 콩쿠르 무대도 아니다. 그저 내가 나를 위해 나의 바닥을 느끼고 중심을 잡으며 확장하는 곳.
이 영어 속담도 생각난다.
Bloom where you are planted.
너가 있는 곳에서 피어나라. 땅을 탓하지 말고, 환경을 딛고 그 토양을 최대로 활용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라는 것.
원래는 여기까지만 쓰려고 했는데, 발레가 맺어준 소중한 두 인연, 윤식스포토의 김윤식 작가님과 김진아 한경 아나운서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오는 길에 이 말도 적어두고 싶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그 어여쁨과 소중함.
주례 없이 진행된 결혼식. 두 분은 함께 쓴 서약을 낭독했는데, 특히나 여운이 짙었던 말.
"살아가는 길 위에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길 위에 함께 하겠습니다."
그래, 살아가는 건 곧 사랑하는 일일 터. 내게는 발레, 그리고 연희동 중심의 집이라는 사랑의 대상이 찾아와 주었음에 감사하자.
두 분, 마음껏 행복하세요.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