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73회
왜 이렇게 발레가 좋을까. 좋아하는 만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발레 클래스를 열심히 듣는다고 해서 월급이 오를리도 만무한데 말이다.
몸도 맘도 굳은 나이에, 몸도 맘도 낭창낭창해야 하는 발레를 해보겠다고 이렇게까지 글까지 쓰는 이유는 뭘까. 이젠 엄마도 지쳐서 묻지 않는 이 질문을, 문득 자문해본다.
답은 불시에 찾아온다. 더시티발레 공연 연습 중 신현지 안무가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단초였다.
"여러분, 이 동작엔 여러분들이 느끼는 춤에 대한 존중, 발레에 대한 숭배하는 마음을 담아주세요."
'숭배'라는 단어.
그래, 나는, 우리는 발레를 숭배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앙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거칠어도, 삶이 우리를 속이고 또 속일지라도. 그 세상에서 찾아낸 절대적 아름다움을 발레에서 느낀다.
그 아름다움을 이번 생에 나의 것으로 손에 넣을 순 없겠지. 그래도 좋다. 이런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반복과 진심의 과정을 거쳐 그 아름다움에 힘들지만 조금씩 확실히 닿아간다는 그 느낌이 사무치게 좋다.
신현지 선생님은 이어서 이런 말씀도.
"순서를 그냥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서 춤의 질감을 만들어주세요."
와. 춤의 질감이란, 말. 멋있는데 어떤 의미일까.
이어지는 선생님의 설명.
"춤에도 질감이 있어요. 테크닉을 훈련하신 다음엔 이 질감을 살리는 법을 배우셔야 해요. 같은 과일이라고 해도 사과를 먹을 때와 홍시를 먹을 때의 질감이 다르듯, 같은 바뜨망 땅뒤라고 해도 질감이 다릅니다. 춤의 질감을 갖고 놀 수 있으시면 좋겠어요."
그러고보면, 발레에도 다양한 질감의 발레가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와 '카르멘 스위트'의 카르멘이 같은 발레이지만 완전히 다른 질감이듯이. 발레가 가진 아름다움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다. 그래서 그 숭배하는 마음이 지칠 틈이 없이 계속되는 거 아닐까.
물론, 쉽진 않다. 신현지 선생님의 무브먼트를 연습하며 느낀다. 아, 더 잘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안 된다고 침울할 시간에, 그 절대적 아름다움 앞에 겸허함을 갖고 조금씩 다가가자.
발레라는 절대적 아름다움을 찾아낸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하다.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