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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월매 Jul 20. 2022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아기를 낳다 (4)

8. 젖먹던 힘까지


체력은 다해갔다. 전날 하루종일 시달리다 입원하고 눈좀 붙이려는 찰나 바로 진통이 시작된 탓이었다. 진통이 잠잠해지는 몇초 동안에는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다시 진통에 잠이 깨면 다시 힘을 주기를 반복했다. 분만용 의자가 아닌 대학병원의 딱딱한 구식 침대에 누운 나는 잡을 곳이 없어 병상 침대의 매트리스 옆구리 부분을 붙잡고 힘을 줬다. 정말 그만하고 싶고,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았지만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다음 진통은 어김없이 더 짧은 주기로 더 묵직하게 찾아왔다.


그 와중에 간호사들은 내 곁에서 등을 받치고 손을 잡아줬다. 그래도 간간히 알려준 다행이었던 소식은 아기가 내려오며 진행이 잘 되고 있었다는 거였다. 한편, 다행인건 알겠는데 왜 진행만 되고 끝은 안나는지 궁금하던 차에 "자 제가 잘못생각했으니 다시 제왕절개 해주실래요?" 라고 외치기 30초 정도 전이었다. 교수님이 오고계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어제 밤에도 병원에 계셨는데 이 새벽에 애기를 받으러 또 나오시다니. 역시 갓god의사선생님이시구나. 


교수님은 수십명(당시 나의 체감)의 제자와 함께 달려왔다. 교수님이 도착하고 분만 준비를 완료할때까지 정확히 세번 더 진통이 왔다. 죽을 맛. 죽을것같은 순간이 세번정도 지나면 애가 나온다는데 그 정도였던 것 같다.


교수님: "자 이제 마지막으로 한번더 힘주면 애기나와요"


정말요? 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한번 더 힘을 줬다. 그러자 거의 감각도 없어진 아랫도리에서 뭔가가 울컥 하고 빠져 나왔다. 그 뒤에 한번 더 무언가가 꾸물떵 하며 한바탕 빠져 나왔다. 그리고 몇시간동안 나를 괴롭히던 진통이 거짓말같이 멈췄다.


아. 이제 더이상 안아프구나.

아기를 궁금해할 기력도 없이,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눈이 절로 감겼다.



결론적으로, 분만은 짧고 성공적이었다. 자궁문이 빨리 열리기도 했지만 태아가 꽤나 내려와 있어 준 덕이었다. 아무 소식도 없다가 입원날 갑자기 꾹 하고 힘 써준 아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있던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함께 힘을 내준 것만 같았다.


20분정도 걸린, 생각보다 긴 후처리 시간동안 아기도 옆에서 태어난 몸정리를 했다. 아기 울음소리를 두번정도 들었고 그 후 간호사님이 아주 가까이 곁에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데려와줬다. 코로나 환자라고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안아주지도 못했지만 아기는 "호돌아, 엄마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한쪽만 감겨져있던 왼쪽 눈을 마저 뜨고... 나를 바라봤다.


너와 나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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