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한모험가 Dec 16. 2021

그림일기

애착 옷


꼬꼬마 시절 어느 날 어머니가 후드티를 사 오셨다. 나는 그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몇 날 며칠을 입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크게 혼이 나고 강제로 입혀진 기억이 난다.


그런데 두어 번 그 후드티를 강제 입힘 당하고 난 후  어느 순간 그 옷이 너무너무 좋아졌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옷이 강렬하게 좋았다.


그때부터는 벗지 않으려고 버티었다. 세탁을 해야 하니 벗어라 하셨지만 나는 절대 이 옷을 벗지 않겠노라 고집을 피웠었다. 어머니가 진짜 어처구니없어하시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난다. 결국 등짝 스매싱을 당하고 역시나 강제 벗김을 당했다.


사랑하고 애정 하던 그 옷은  성장으로 인해 몸에 맞지 않을 때까지 수시로 입었었다. 그 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후드티를 사랑한다.


이후 다시 사랑하게 된 옷이 있었다는 것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학교 때문에 집을 떠나고 나서 이사가 잦던 내가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던 애착(?) 옷이라고 해야 할까. 회색, 보라색, 겨자색이 들어간 줄무늬의 긴 스웨터이다.


구매 후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입다 버리지 못하고 옷장에 방치되어 있다가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세탁을 맡긴 것이 거진 3년 전의 일. 대충 생각해봐도 20년은 족히 될듯하다. 물론 늘어나고 보풀도 생겼지만 여전히 그 옷을 좋아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이 옷을 좀 입어볼까?!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