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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내음 Nov 12. 2021

다시, 노인과 바다

다시 읽는 명작

  

학창 시설 필독도서로 읽었던 <노인과 바다>는 등장인물도, 내용도 흥미롭지 않았던 그저 밋밋하고 지루한 이야기였다. 몇십 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어느새 인생의 중반을 훌쩍 넘기고 다시 읽은 <노인과 바다>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읽었다.     

                

‘I went out too far. (내가 너무 멀리 나간 것이 문제야)'.     
'I wish it had been a dream now and that I had never hooked the fish and was alone in bed on the newspapers(차라리 모든 게 꿈이라면 내가 저 물고기를 낚은 일이 전혀 없던 일이고 그저 혼자 침대에서 신문을 깔고 누워 있는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Man is not made for defeat.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사람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라도 패배하진 않아. )'  

  

엄청나게 큰 고기를 상대하느라 등이 아프고 손바닥이 찢어져 피가 흐르지만, 산티아고는 자신이 그 싸움에서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같이 배를 타던 소년 마놀린을 그리워하며 ’ 그가 여기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를 몇 번이나 되뇌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너무 멀리 나간 것을 후회하고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산티아고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홀로 맞서서 싸우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이며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나가는 산티아고의 독백에는 슬픔, 괴로움, 고통, 절망, 고독과 희망이 교차한다. 순간순간 후회하고 자책하고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의 독백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 안에 숨어있던 나를 마주하게 한다.

  

세상에 던져지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혼자다. 혼자 바다로 나가서 고기를 잡기 위해 온갖 역경들에 맞서 싸우다 결국은 상처 입은 빈 몸으로 돌아오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의 모습은 혼자 세상이라는 큰 바다에 내던져진 모든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것이 꿈이라면, 지금 내방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몇 번을 되뇌던 산티아고가 마침내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자신의 조그만 침대에 누이고 깊은 잠이 들었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실 때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옆모습이 떠올랐다.      


누구나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그 길고 힘든 여정을 혼자 견뎌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들의 삶이 존경스럽고 위대하게 느껴졌다. 이미 깊은 잠에 빠진 ’ 산티아고‘들, 또 언젠가는 길고 긴 여정에서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이게 될 미래의 ’ 산티아고‘들을 만나게 해 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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