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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내음 Nov 04. 2021

다시 읽는 명작

<분노의 포도>

아마 2년 전이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의 가나에 다녀온 지인이 그곳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 사진에는 가나의 빈민들이 물가에 모여 천막촌을 만들어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공을 차며 노는 어린이들의 행복한 표정,  그곳에서 도둑질이나 약탈, 싸움이 절대 일어나지 않고 이웃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있다는 지인의 설명을 듣다 보니  한 소설책의 내용이 오버랩되었다.      


"저는 우리가 하나일 때 너무나 거룩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이 제멋대로 날뛰면서 몸부림을 치면 인류는 거룩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함께 일할 때 누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커다란 전체에 구속될 때, 그때 거룩해집니다, 이곳에 사랑이 있어서 기쁩니다 " 


1930년 미국의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존 스타인벡의 명작,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대사였다. 오래전에 읽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어두었던 그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땅을 빼앗긴 죠드 일가가 고물 트럭에 몸을 싣고 새로운 미지의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는 이야기가 영화를 보듯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다.


가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가족의 중심인 엄마, 그리고 그 가족과 동행하는,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짐 케이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울림을 준다. 엄마와 숨어서 지내던 아들 톰 죠드와의 마지막 대화는 눈물을 삼키며 읽었다.  

    

“사람은 자기만의 영혼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커다란 영혼의 한 조각 인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저는 어둠 속에서 어디나 있는 존재가 되니까. 저는 사방에 있을 거예요. 어머니가 어디를 보시든. 배고픈 사람들이 먹을 걸 달라고 싸움을 벌이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경찰이 사람을 때리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    


 

가난의 절망과 고통 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조드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이  울림으로 다가왔다. 특히, 엄마의  희생적이며 긍정적인 사랑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흩어지고 쓰러질  같은 가족을 사랑으로 다시 뭉치고 일으키게 하는 ,  자체였다.


마지막 장에, 죽어가는 노인에게 자신의 젖을 물려주는 애기 엄마가   로저 산의 모습은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숭고하고 위대한 가를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루벤스, <노인과 여인>



    

다시, 아프리카 천막촌의 빈민가 사람들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서로 힘을 합할 , 사랑을 잃지 않을 , 모든 불행과 어려움도 견딜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져 오는 듯하다.


가족과 이웃, 사회,  속의 나를 한번 되돌아본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더불어  사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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