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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내음 Feb 05. 2024

<Stoner> by John williams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첫 페이지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주인공 ‘스토너’의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과 그에 대한 평가에 친근감과 연민이 생겼다. 그래도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을수록 그런 기대감은 옅어졌지만 스토너의 조용하고 평범한 삶 속으로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스토너가 내 안에서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담담하게 묘사된 그의 평범한 삶을 통해 나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언젠가 맞이할 죽음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뭔가가 모이는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감각이 갑작스레 강렬하게 그를 덮쳤다. 그 힘이 느껴졌다. 그는 그 자신이었다.’    


남들 눈에는 자신의 일도 가정도 사랑도 실패로 보일 수 있는 스토너의 삶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며 평온히 삶을 마감하는 스토너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스토너를 다 읽은 날, 삼촌의 부고를 받았다. 일찍 직장도 그만두고 거의 세상과 연락을 끊은 채 외롭고 조용한 삶을 살았던 분이었다. 장지로 향하는 길 내내 삼촌에게서도, 오랜만에 세상 속에 나타난 사촌과 친척에게서도 ‘스토너’가 떠올랐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깊게 주름이 잡힌 얼굴들에는 그동안의 녹녹지 않았던 삶의 여정이 보이는 듯했지만 모두가 평온해 보였다.



어떤 삶을 살았던  마지막 순간에 우리를 평가하는 것은 남들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모든 삶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스토너’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스토너>는  한동안 내 안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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