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용히 방을 떠난다. 아무 말 없이, 감사의 인사와 함께… 누군가는 큰 하트 이모티콘을 남기고 사라진다. 방을 나가려다 잠시 머뭇거린다. 단톡방의 앨범 속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 속에서, 함께했던 길고도 짧은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피아노 외엔 특별히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내가, 우연히 들은 글쓰기 수업은 가슴 설레는 도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마음을 나누었다.
어느덧 3년 반이 흘렀다. 2년여의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중단 없이 이어진 온라인 수업은 세 권의 공동 책 출간과 두 번의 북 콘서트를 성사시켰다. 서너 번의 문학 기행도 함께했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도 해본 적 없는 나에게, 문우들과 보낸 3년여의 시간은 마치 문학소녀가 된 듯 순수하고 따뜻했다.
제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우를 축하하기 위해 떠난 2박 3일의 제주 여행은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즐겁고 해맑았다. 높은 바위 위에서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던 일, 두툼한 오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외쳤던 ‘해당화(해마다 당당하고 화려하게)’, 미식가 회장님이 애정하는 식당에 늦게 도착해 고등어회를 먹지 못하게 되어 낙담하다가 포장이 가능하다는 사장님의 한 마디에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던 순간의 짜릿함을 떠올리면, 여전히 입가에 스멀스멀 미소가 번진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짧은 한 마디에 담긴 감정을 간직하며,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방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고, 시간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로그아웃한 빈자리가 쓸쓸하게 여운을 남긴다. 아쉬움과 그리움, 후회가 섞인 감정들이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로그아웃으로 이어지지만, 마음속의 로그인은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