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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rin Jun 23. 2023

에디터가 자주 듣는 질문 : 기획, 어떻게 하세요?

영감은 잘 모르겠고, 글감은 발품 팔고 있습니다만.

주니어 에디터(기획자)와 인터뷰에서 만나는 많은 분이 제게 묻곤 합니다. "에디터님은 콘텐츠 영감을 어디서 얻나요?" 그럴 때마다 멋진 대답을 해드리고 싶지만, 타고난 영감꾼은 아닌지라 늘 "열심히 발품 팔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비즈니스에 맞는 기획을 하기 위해선 틀린 말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요즘 인기 있는 A라는 인물 혹은 브랜드를 섭외하면 콘텐츠 조회수가 잘 나올까요? 그 콘텐츠를 발행할 즈음이면 온갖 플랫폼 메인에서 A의 대표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유저(소비자)는 이미 소비할 만큼 소비했고, 오히려 "또 이거야?"하는 피로감이 쌓이겠죠. 그렇다고 아는 사람만 아는 히든 아이템을 잘 포장하면 될까요? 중요한 것만 빠르게 소비하는 '요약형'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 시대에서는 제작자 만족도만 높은 결과물이 되기 쉽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떤 기획 콘텐츠가 실패 레퍼런스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레퍼런스 지옥에 빠진 기획자의 뒷모습

첫 번째 단계 : 최근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는 이슈 확인하기

기본 중 기본. 콘텐츠 플랫폼과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시간이 없다면 키워드 위주로 기사를 읽어 보세요. 그럼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주제가 있을 텐데요. 이 키워드들을 정리하는 것에서 기획은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브랜드가 트렌드 상위에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여러 친환경 브랜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리고 내가 관심 가는 하나의 브랜드를 추린 후, 해당 브랜드와 관련해 기획을 해야겠다는 큰 뼈대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소소한 팁 ) 플랫폼 중 각 콘텐츠 조회수가 명시되어 있는 콘텐츠 플랫폼을 좀 더 유심히 보세요. 조회수 없는 상위 랭킹 콘텐츠는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뒷말은 생략합니다.

더 소소한 팁 ) 인사이트 나누기 좋아하는 콘텐츠 업계 실무자 링크드인을 구독해 보세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보다 다소 더 전문적인 글이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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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계 : 클릭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명확한 인사이트 정하기

유저가 콘텐츠를 클릭할지 말지 선택하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그러므로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인사이트를 전면으로 보여주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0만 명이 소비한 B 브랜드 솝'보다 '유료 광고 없이 구매 전환 000% 상승, 가능할까?''B 브랜드가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을 안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주목을 쉽게 끌 거예요. ('솝'이라는 키워드는 이미지로 보여 주면 됩니다. 굳이 키워드를 제목에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한정된 텍스트 분량에서 이미지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과감하게 쳐줍니다.

커머스 콘텐츠에서 벗어나 인물 콘텐츠를 예로 들어 볼게요. 유명한 기업명들을 나열하며 C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카피는 어떨까요? 물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클릭하는 유저도 있겠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라는 심리가 더욱 강하게 작용합니다. 반대로 '이력서 0번 떨어지고, 0사 최종 합격하다'라는 카피의 콘텐츠는 어떨까요? 실패 경험에 공감하면서 당장 내 커리어에 도움 받을 수 있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속는 셈 치고 클릭할 겁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클릭을 유도하는 후킹한 제목과 주제를 잡고 이를 중심으로 세부 스토리텔링을 풀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 : 꾸준히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많이 실패해 보기
99퍼센트의 시행착오로 만들어지는 거죠

사실 저마다 콘텐츠 타깃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성공 공식은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글감과 주제라고 해도 기업 타깃과 유저층과 맞지 않으면 그 기획은 휴지통에 들어가겠죠.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실패를 많이 해봐야 합니다. 단순히 실패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 유저는 A보다 B 방향의 콘텐츠에 반응할 거야' '제품 내 특정 장치/기능을 활용한 콘텐츠를 기획하면 리텐션이 튈 거야' 등의 가설을 세우고 결과와 함께 회고하는 과정에서 기획력을 기르게 됩니다.

가설을 세울 때는 반드시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데이터 툴을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에디터는 언제나 바쁘고 월급은.......) 마케팅 팀이나 데이터 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특정 이벤트 값만 넣으면 조회수, 전환율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달라고 말이죠. 

네 번째 단계 : 한 달에 한 번, 한 시간 이상 웨이팅해 보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거예요. 그런데, 미디어에서 조명하는 것이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러니까, 공급은 넘치는데 정작 소비는 없다는 거죠. 우리의 세계 안에서만 이슈일 뿐이라는 우스운 사실이에요. 정말로 밖에서 돈을 내고 소비하는 사람들과 부대껴 보는 날이 한 번쯤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왜 사람들이 이것에 열광하는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현장 분위기와 대화 등의 모든 것이 기획에 힌트가 됩니다. 책상에서 허구의 트렌드를 찾는 동안, 밖에서는 수십 개의 생생한 트렌드를 몸소 느끼게 될 거예요. 


그런데..... 제일 손쉬운 방법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본인의 재생목록, 열람 콘텐츠 목록을 보세요. 왜 그것을 소비했나요? 또, 그 콘텐츠들에서 아쉬웠던 점은 어떤 부분인지 되짚어 보세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요. (허세주의) 완전히 새로운 기획은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현재 대중이 열광하는 것. 그리고 이전에 성공한 수많은 콘텐츠가 얽히고설켜 새로워 보이는, 재밌는 무언가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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