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tto Apr 11. 2022

꿈: 잊혀지지 않는 꿈들

#1. 잊혀지지 않는 꿈, 첫 번째: 예지몽


서울의 한강변 아파트에 살던 때였다. 우리 집에서는 강이 보이지 않았고 우리 앞동은 강이 보이는 위치였다. 한낮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베란다를 향해 바깥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앞 동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보였다.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빨간색 팬티와 브라를 입은 여자가 막 감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허겁지겁 옷을 주워입기 시작했고 그 장면이 클로즈업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크고 또렷하게. 그제야 그 뒤로 한강물이 범람하여 아파트 높이보다 높은 파도가 일어나 아파트를 집어 삼키려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 놀라 숨이 가빠져왔다.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다.


휴... 다행이다. 아침이었다. 찜찜한 기분으로 거실로 나가니 티비가 켜져 있었다. 방금 꿈에서 본 그 장면이 왜 뉴스에서 나오고 있지...? 아직도 꿈인가...? 헉 이건 꿈이 아닌데...


일본 쓰나미였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친 9.0규모의 지진. 사망 및 실종자의 수가 2만여명, 피난민이 10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였다.


그 때 나는 왜 그런 꿈을 꾼 건가. 예지몽이었나. 그런데 하필 왜 그런 꿈을 내가 꾼거지. 2021년 만 10년이 다 된 시점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예사로운 꿈은 아니었다.






#2. 잊혀지지 않는 꿈, 두 번째: 태몽


신혼여행 4일째가 되던 날. 발리에서 홍콩으로 도착해 숙소에 막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뒤 깜빡 잠이 들었다. 갑자기 한줄기 섬광이 하늘에서 비추었다. 눈이 부셔서 올려다보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떴다를 하는데 갑자기 구름사이에서 사다리를 타고 아기 호랑이가 내려와 나에게 인사를 했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내 얼굴 옆에 살포시 눕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 티비에서 봤던 에버랜드에서 태어났다는 아기호랑이 같기도 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나도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깨어났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바로 옆에 있던 남편한테 말을 할까하다가 왠지 아직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관두었다. 난생처음 꿔보는 꿈인데 태몽같은 느낌. 괜히 말했다가 남편이 호들갑떨면 안될것 같았다.



남편이 사온 아기 호랑이 인형, 열달동안 이 인형을 보며 아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국의 집으로 돌아가 3주가 지난 12.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허니문베이비'였다. 선물같은 아기와의 만남. 태몽이었다.






#3. 잊혀지지 않는 꿈, 세 번째: 그녀는 누구?


어제밤, 운전을 하다가 우회전을 했는데 큰 길 한가운데 왠 여자가 서 있었다. 야릇한 미소를 지은 백발의 여인이 오른손에는 손가방을 들고 종이인형처럼 서있는 그녀. 멈추지않고 그대로 지나가려던 차에 코끝에서 느껴지는 진공청소기같은 흡입력, 왠지 그 여인과 옷깃이라도 스치면 그 길로 잡혀갈 것 같은 느낌에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며 소리를 질렀다. 꿈이었다. 아아악!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른 탓에 옆방에서 아이와 함께 잠들었던 남편이 놀라 뛰어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눈을 감아도 떠도 잊혀지지 않는 여인의 얼굴. 잠이 홀딱 깨버려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고도 잠들지 못하고 한 시간정도를 뒤척였다. 아침이 되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그 얼굴. 왠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더라면 황천길로 갔을 것 같은 느낌. 무시무시한 이 느낌이 싫어 잊고 싶은데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녀는 누구일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남편한테 꿈 얘기를 계속하며 내가 살면서 꾸었던 몇 번 안되는 잊혀지지 않는 꿈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얼마나 놀랐었는지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꿈에는 우리의 가장 비밀스러운 욕망이 드러난다'고 했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체다' 라고도 했다. 한껏 음산한 꿈을 꾸고 나니 괜히 꿈을 꾸는 나의 모습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 싶어졌다. 여전히 나를 찾아 헤매이는 내 모습.




작가의 이전글  침묵: 오늘 남편에게 보내는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