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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비 Jul 08. 2021

가벼운 하루에 무겁게 쓴 글




내가 조금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순간은 특별하지 않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때, 누군가의 인생을 글로 접하며 그 마음에 공감해볼 때, 

새로운 인연으로 마음이 따뜻해질 때, 짙고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은 엄마가 허리가 더 아프다고 하겠구나' 라며 약국에 들려 파스를 사가는 순간 나는 조금 더 커졌다.

새로운 것은 늘 앞에서 다가오지만 나는 그 순간을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기억의 미화와 퇴화를 거쳐 조작된 '그것'이 담긴 과거가 나를 붙잡으려는 힘에 가끔씩 흔들리기만 할 뿐이다.


문득 나라는 사람이 참 작은 존재구나 느낄 때가 있다.

몇 십억 인구가 사는 이 지구가 우주에서는 하나의 행성일 뿐이고, 우주의 크기는 나로서는 가늠이 안될 때는 내가 가진 고민들이 조각조각 나누어지는 시간 속에서 한 순간에 흩어질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누군가에게는 전부인 삶이, 어떤 관점에서 보면 아주 작은 일의 일부라는 것을 느낀다.

어릴 때는 내 세상 전부였던 학교의 생활과 친구들과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오자 그마저도 나에게는 너무 컸다. 과분하고 부담스러운 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 나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깎아내리며 점점 작아졌던 나는 겁이 많은 달팽이가 되어 껍데기를 찾았고 단단하지 않은 껍데기에 실망하며 더, 더 안으로 숨어버리는 날이 잦았다.


넓은 세상 안의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나를 인정했을 때 껍데기 안의 나도, 나를 감싼 겉모습도 나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토록 작은 존재가 성장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가볍지 않은,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는 안다. 내가 얼마나 큰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우리는 모두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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