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란 나에게 정말로 오지 않는 것이야?
최근에 10년만에 또는 11년, 12년 만에 짝사랑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짝사랑을 10년 전이라고 하자. 10년 전, 학창시절 동아리를 함께 한 친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든 얼굴 한 번 더 보겠다고 그 근처에 엄청 알짱거렸다. 그땐 기다리는 것 따윈 없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빨리 끝을 보고 싶어서 고백을 해버렸다. 울고짜고 짠 짝사랑에 무지 앓았었는데 고백하고 나니 금방 나았다. 그리고 그 친구와는 지금도 잘 지낸다.. 대신 동아리 모임의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내 흑역사를 안주로 꺼내는 때가 종종 있다.
’나의 30대의 짝사랑‘은 준비되지 않으면 뭘 실행할 수가 없다. 그때처럼 아무렇게나 마음가는대로 할 수가 없다. 약속을 잡기 위해 여러번 연락 끝에 이루었는데 끝까지 공을 들어야 한다는 걸 처음 만나는 약속을 대차게 망치고 나서야 깨달아버렸다.
질문 리스트와 이것저것이 있었다. 뭐든 준비해볼까 하다가 바쁨과 에너지 고갈 이슈로 그리고 자존심으로 간단하게 식당 하나만 알아보고 약속에 나갔다. 하지만 그 식당으로 가지도 않았다. 큰 쇼핑몰이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바로 그의 제안에 따라 쇼핑몰 내부의 식당으로 갔다. 비가 엄청 내렸고 나름 그가 알아본 것이 있는가 성의를 무시하고 싶지 않아서? 배려한다는 차원으로? 졸졸 따라갔다. 인생은 정말 생각처럼 되는 일이 없다. 그 영화가 나는 좀 어려웠다.. 영화를 보다가 그냥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게 에너지 소모가 큰 영화였다. 우선 여기서 내 머리에 과부화가 왔다. 게다가 나는 멀티가 안 되어서 식사 중에 영양가 있는 대화도 못 했다. 모든게 겹치고 겹쳐서인지 식사 후에 그냥 헤어졌다…… 매력 발산을 마구해도 모자랄 귀중한 시간에 나는 나의 1퍼센트도 보여주지 못하고 왔다……
바보…
사랑이란 이렇게 어려운 걸까? 옛날엔 어렵진 않았던 것 같은데, 눈 맞으면 착착 되었으면 하는데 그건 진짜 영화, 드라마, 만화다. 실은 나는 다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른이 되고, 30살을 넘으면 내가 과거에 느꼈던 사랑은 느끼지 못할 거야 라는 생각에 마음을 가두었다. 내 인생의 앞날에멜로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한동안 내 몸에 도는 이상한 활기를 느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취해있던 것일까?? 도대체 걔의 어떤 점이 좋아서 혼자서 같은 집에 사는 상상까지 했냔 말이야. 그저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에 신이 났던 것일까……
여튼 그 첫 약속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왔다. 우주의 온 기운이 나에게 그리고 그에게 우리에게 있어야 했는데…
이상 시월의 어느날 밤에 쓴 내용이었다.
후첨하면.. 그날 나는 엄청난 긴장을 때린 거였다. 뚝딱뚝딱.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긴장하여 영화를 영화로 못 봤다. 참 나. 어렵긴 뭘 어려워 참 재미있는 영화였을텐데 말이야.
결론은 난 현실을 직시했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나에겐 남은 힘이 별로 없다. 잘 살려고 애쓰는 데에 쓸 힘도 딸리는 중이라. 내가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닌 애매한 감정선의 중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