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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도가와 J Feb 11. 2022

대파 1개가 1만엔

야마가타현(山形県) 텐도우시(天童市-2022년 기준, 인구 6만 2천명), 이곳엔 일본의 대파농가 중, 생산면적 1위이자, 한개에 무려 1만엔하는 모나리자(상풍명) 대파의 주인공 시미즈 츠요시(清水寅)대표가 있다. 그는 아내의 고향인 이곳에서 2011년부터 파농사를 시작하여, 3년만에 주식회사 네기비토컴퍼니(ねぎびとカンパニー)를 설립하고, 2019년엔 야마가타현 베스트농업상을 수상하고, 1년간 파농사로 2.3억엔(한국돈으로 25억원정도) 매출을 올리는 주목받는 농업인이다.




농업에 농자를 모르는 그가 파농사로 어떻게 성공할수 있었을까?


그는 나가사키현 출신으로 어렸을때, 탁구와 체조로 주목받았지만 대학문턱에서 한계를 느끼고 고졸 후, 대부업계의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스포츠에선 우등생이였지만, 공부면에서는 완전 제로였다. 곱하기 나누기의 간단한 산수는 물론, 한자를 전혀 몰라 이력서를 히라가나로만 작성할 정도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남들보다 두세배이상 피나는 노력으로 입사 2년만에 영업실적 1등을 차지하고, 25세때 홋카이도 마켓을 책임지고, 30세때까지 그룹 자회사 7개의 사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업종을 경험했다.


너무나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시력이 2.0에서 0.1로 떨어지고, 후천성 무한증이라는 땀이 안나는 병도 생기게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몸을 추스리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아내의 고향인 야마가타현으로 이주했다. 어느날 아내의 친척이 무심코 던진 말”지금의 농업은 미래가 없다. 자네가 희망있는 농업을 만들어보지 않겠니”이 비수에 꽂히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농업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 지역은 체리와 서양배 생산지로 유명하여 과수명인들이 즐비하고, 쌀과 콩은 면적면에서 홋카이도를 당해낼수 없고, 설비투자에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건 리스크 컸기에, 농업의 초보로서 다른 품목(과수의 품종에 따라 맛히 확연히 달라짐)에 비해 대파는 맛차이가 별로 없을것이라고 판단하고 맛보다는 생산량에 승부를 걸어보고자고 대파를 선택했다. 2년만에 파농가 중 생산면적 1위를 달성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선 매년 경비가 증가하지만, 소매가격은 20년정도 바뀌지 않기에 이래서는 농가가 버틸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기본적으로 농산물을 JA(한국의 농협 같은 곳)에 출하하고, 시장에선 농작물의 가격 경매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 급등락이 심하다. 그래서 JA에 의존하지 않고, 특유의 영업스타일로 2년째부터 직거래를 실시했다. 지역슈퍼마켓과 음식점, 온라인 그리고 수도권의 고급슈퍼마켓으로 넓혀갔다. 직거래를 한다고 해서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직거래를 통해 연중 내내 안정된 매출을 확보할수 있기에 경영을 안정시킬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어느날 한 바이어가 무심코 던진 말 “파가 이렇게 맛일수 있나.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연말에 선물로 보내고 싶은데 가능할지”이 그의 머리에 번개를 맞은 것 처럼, 대파 생산에 대한 생각을 180도 바꿔놓았다. 그는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대파의 브랜드화 즉 고품질화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 결과, 8개 1만엔 고품질 선물용파를 30세트 한정하여 완판하였다. 브랜드화 전략은 보급판의 대파 생산단가를 상승시켰다. 생산 중, 1%도 되지 않는 극소수의 고급대파가 나머지 350만개의 단가를 올려준 것이다. 그는 맛구분이 잘 안되는 채소인 대파를, 맛을 구분할수 있는 대파(당도 23.4, 2019년 최고로 나온 것)로 브랜드화 시킨 것이다.


그 이면에는 어렸을때 운동할때 배운 연습량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파농사의 경우, 배토(작물의 생육기간 중에 골사이나 포기사이의 흙을 포기 밑으로 긁어모아 주는 것)작업을 3-4번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성장단계에 맞춰 미세조정을 하는데 대략 7-8번 한다고 한다. 땅속의 온도에 변화가 있을때, 생선에서 유래한 동물성 단백질 보다, 쌀겨의 식물성 단백질을 섞었을때, 다양한 미생물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비료업체를 설득시켜 그만의 유기비료를 주문제작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토양에 미생물이 많으면, 땅의 영양가가 올라가고 작물의 혈색이 좋이지고 흙이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출처 - 시미즈 츠요시 관련 기사에서


끝으로 그는 사원이 즐겁게 일할수 있는 환경만들기가 회사 전체에서 높은 생산성과 품질로 실현된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는 업무를 세분화한다. 회사 규모가 작으면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하지만, 크면 세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스탭의 업무분담표를 만들지만, 자신있게 잘못하는 것은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 이치로가 1번 타자였기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수 있었다. 만약 4번타자였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와 잘 못하는 분야가 존재하듯이, 그것을 감독하는 사람이 잘 배치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팀플레이를 통해, 상품포장을 많이 한 팀에게 상여금을 주는 제도도 만들고, 남을 가르칠 때, 짜증나는 원인은 자신의 상식과 남의 상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기에 직원에게 하는 말투나 어휘 선택를 신중하게 한다고 한다.


일본에선 농업을 3K(키타나이-지저분하고, 키켄 – 위험하고, 키츠이-힘들고 / 한국의 경우 3D)라고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면서도 매년 귀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1차산업은 미래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정말 중요한 분야다. 일본의 대파농사꾼 시미즈 츠요시가 여러명 있다면 농업의 미래가 밝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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