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달라진 집에 대한 관심
TV와 SNS를 막론하고 한창 먹방, 쿡방 열풍이 불어오던 시기가 있었다. 이젠 익숙해진 먹방 사이로 많이 보이는 것이 집을 소재로 한 '집방'이다.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나의 판타집>, <신박한 정리>, <홈데렐라> 등등 TV에만 해도 수많은 집방이 등장했다.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기도 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집에 직접 살아보며 집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고, 정리만으로 집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기도 한다.
집에 대한 이런 관심이 한순간에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지난 1년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사람들은 집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가치를 집이라는 공간에 부여했으며 이에 따라 가구 시장도 지난해 10조원 규모를 넘어설 만큼 크게 성장했다. 오늘은 최근 뜨거워진 집 꾸미기 열풍과 그 원인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다양해진 집의 기능; 집에서 놀고 먹고 일하는 세상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공간이 되어야만 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에게는 집이 오피스가 되었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되었으며, 나가 놀지 못하게 되자 PC방이나 영화관이 되기도 했다. 집을 대개 '휴식의 공간'으로 연결 지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우리 삶 전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구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가구는 공간을 정의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집이 오피스로, 학교로, 카페로 새롭게 정의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가구가 필요하다. 결혼이나 이사할 때 들여놓곤 신경 쓰지 않던 우리 집 가구에 눈길이 가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편안한 근무용 의자와 책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다양해진 집의 의미; 부동산을 넘어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또한 집의 의미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집이 단지 부동산으로서의 가치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즉 과거에는 '무엇을 입고 어떻게 자신을 꾸미는지'로 개성을 표현했다면 이제는 '어떠한 공간에 머무는지'로 나를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평소 좋아하는 포장마차나 편의점을 집에 그대로 옮겨두기도 하며 각자의 공간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불어넣고 있다. 최근 들어 디자인가구나 수입가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가구 브랜드 외에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해줄 디자인과 나만 알고 싶은 숨겨진 원석 같은 가구 브랜드를 찾으려는 니즈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야외활동이 줄면서 패션/뷰티 영역에서 줄였던 지출을 고가 수입가구 구입에 기꺼이 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는 공간; 오늘의집
집 꾸미기 열풍을 한층 가속화하는데 기여한 것이 인테리어 전문 플랫폼인 '오늘의집'이다. 가구 구매는 물론 인테리어 팁을 얻고, 나의 인테리어 센스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딱 맞는 장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의집'은 공간 배치부터 페인트 칠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팁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이용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만의 집 꾸미기 노하우를 자유롭게 공유하는데, 이러한 콘텐츠는 인테리어 영역에서 절실히 필요했던 것들이다. 인테리어는 요리나 패션 영역에서 보다도 실패 시 감내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테리어 팁 없이 감행했다 실패한 셀프 인테리어는 꽤나 골칫거리이고, 후기를 보지 않고 구매한 소파는 비용 측면에서나 반품에 걸리는 시간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현재 오늘의집이 보유 중인 이용자들의 구매후기, 인테리어 팁, 온라인 집들이 등의 방대한 콘텐츠는 다른 어느 플랫폼에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 유니크하면서도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오늘의집은 지난해 매출 약 800억 원을 기록하며 인테리어/가구 업계에서 막강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 중이다.
코로나 19로 달라진 집에 대한 관심을 여러 측면에서 정리해 보았는데, 가구/인테리어 업계 종사자들에게 다음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가 될 것이다.
'과연 코로나 19 종식 이후에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앞으로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인테리어와 가구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먹방이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자리 잡은 것처럼, #ootd #먹스타그램 등의 해쉬태그가 너무나 익숙한 것처럼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공유는 꾸준하고 잔잔하게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