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을 만나다

by 호랑
우럭 그림.jpg


새벽 어시장에서 우럭을 만나다


치솟은 가시,

짝 째진 눈을 하고

거친 숨 내뿜던 혼돈의 시간

널빤지 속 고요로 누웠다

바닥 차고 올랐던 시커먼 등껍질의 적막이

숭글숭글한 햇살로 풀린다


우럭은 쓸개만 빼고 내장은 모조리 넣어

폭폭 끓여야 제맛 낸다고,

제대로 끓여야 넉넉히 차오를 수 있다고,

그러나

찌르듯 시린 가시

뜨거운 열에도 쉽게 물러지지 않고

입안을 휘젓고 다녔다


가파르게 돋는 마른침의 하얀 가시로

어둡고 혼미한 우럭 같았던 날들

결별의 송신만 지글지글 끓었다


물살 속 푸르고 거칠었던 우럭의 행보行步

오늘 검은 안도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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