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의 어느 모녀

by 호랑
미용실의 어느 모녀 그림.jpg


머굿탕은 우렁허고 들깻가루여

어째 쓴 것이 이렇게도 만난 것여

내 봄은 머굿 잎으로 온당게


나도 헐 줄 알어 이것아

맹택없이 니가 안 먹어 그렇지


어린 머굿 잎 따다 한 번이나 무쳐 줘 봤소

내 입맛은 할머니 입맛여

주는 대로 먹고 컸으니께

어매 허고 솥 밥 지어 오순도순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이었는디


머퉁이 그만 줘, 어째 니 말만 허냐

새끼 떼 놓고 나온 년이 어디 선들 맘 편했것냐

입이 백 개라도 헐 말 없지, 나도 늙었응게


늙은 것이 뭔 벼슬이댜

미용 기술 익혀 사십 년, 퉁퉁 붓는 다리 끌고 평생 미용실만 동동거렸는디

이제 와 엄니 거두는 것도 내 새끼 생각혀서 그런 줄 알어


알았으니께 그만 혀,

이것 쪼매 갖고 왔는디 말도 못 혔네


뭣여 그게


황기 허고 마늘 듬뿍 넣어 푹 곤 토종닭여

짬 날 때 먹으라고


눈물은 왜 나오고 지랄이댜

나이 헛먹은 것여


긍께 너도 늙었어야, 너나 나나 이만치 살았으면

허물도 덮어주며 살아야 쓰잖냐

에고, 니 복장 터지는 소리 또 허고 앉았다 내가,


앉아보쇼

머리 뽂아 줄 테니까


빠글빠글허게 뽂아라이

내 머리 내놓을 친 게, 니 맘 풀릴 때까지

실컷 지지고 뽂으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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