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걷고 있던 말쑥한 차림의 중년 남자
갑자기 담장에 기대어
진분홍 접시꽃에 얼굴을 박는다
뒤따르던 내가 멈칫, 하는 사이
멋쩍은 접시꽃 고개 들며 씩, 웃는다
설마, 머리에 꽂으려고?
나도 따라 웃는데
하도 이뻐서 그만,
어릴 적 마당에 피던 꽃이어서 그만,
변명이 꽃 같네
못내 섭섭하게 두고 온 마음인 양
접시꽃 피는 칠월 한낮
햇살 퍼 나르는 붉은 나팔이
뚜뚜, 가던 길 간다
꽃이 오는 이유가 골똘해지는
텅 빈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