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선사입니다/류귀복/지성사' 를 읽고 -
글 잘 쓰는 천재 작가인 줄 알았다. 그런데 글만 잘 쓰는 게 아니었다. 웃기도 하고 울 줄도 알며 따뜻함과 이성을 갖춘 보통의 사람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언제 어느 순간에든 행복을 마구 남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행복 바이러스를 장착한 사람이었다. 하여, 행복도 전염이라고, 책을 읽고 난 후 따라 하고 싶은 행복 팁이 여러 개 생겼다.
이 책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스토리’에서 ‘천재작가’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는 류귀복 작가의 첫 출간 책이다. 책을 출간한 기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따끈한 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유쾌한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들여다보니 여느 집처럼 삶의 애환이 있다. 특히나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병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기의 삶을 냉철하게, 때로는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부딪치고, 숨구멍을 마련하며, 좌충우돌 사는 모습에서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숭고하기까지 하다. 삶의 요소요소에 빛나는 눈물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함께 웃고 울게 한다.
‘하루 앞에 붙는 ’평범’이란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행복’으로 해석되는 꿈만 같은 단어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 작가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맙고 치열한 시간인가를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행복의 씨앗이 든 축복의 주머니일 수 있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그의 직업은 치과 방사선사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방사선사의 일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제법 흥미롭게 읽힌다.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인데 방사선사의 삶에 관심을 두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무한 긍정 에너지가 부러웠던 게 사실이다. ‘나의 아픔에도 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잠시 상상해 본다. 2주에 한 번씩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주사를 맞으며 생활하는’ 삶을 사는데, ‘아픈 시간을 원망하는 비중이 높은 삶에서 건강한 순간을 감사하는 비중을 높여갈수록 행복의 평균값이 높아진다’는 행복에 대한 작가 나름의 정의가 좋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던 서은국 작가의 말을 좋아하는 나는 류귀복 작가의 행복한 삶을 위한 다채로운 행위가 참 좋았다. 글 곳곳에 유머 코드가 있는 글이 사금파리처럼 빛나는데 작가는 마치 사람과 삶, 인생과 티키타카를 하는 것처럼 읽는 내내 즐겁고 명랑해진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 아프지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말에서 갑자기 폭풍 공감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책을 읽는 일만큼이나 책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작가의 책 ‘아무튼, 책 선물’ 부분은 감동이다. 책을 좋아하고 읽는 사람의 책임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명분까지 일으키는 말이어서 한 수 배웠다. 앞으로 효과적인 책 선물에 대하여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하는 꿀조언이었다.
작가는 말한다. ‘예기치 않은 일들로 가득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과연 있을까?’ 이 말은 그렇게 살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평범한 삶이 주는 값진 이해가 수반되지 않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작가만의 실천하고 행동하는 삶의 철학이다.
작가는 아내 바보, 딸 바보다. 그런데 너무나 애틋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이 거기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기쁨이 걱정을 이긴다’고 여기며 오늘도 가족과 직장생활을 슬기롭게 살아내는 작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작가만큼 삶과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이다. 나는 오늘도 배운다. 삶을 지극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어떻게 살아야 삶을 향하여 유쾌하고 충만한 인사를 건넬 수 있는지를, 또한 인연이란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본받고 싶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작가의 책이라서.
류귀복 작가의 첫 책 출간 항해가 풍요롭고 순조롭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빛나는 그의 행복한 삶을 오래 볼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